일선학교 '두발갈등' 머리 맞대 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새 학기를 맞은 일선 중.고교에선 요즘 두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머리를 규제하는 학교마다 학생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인터넷 상에서는 '두발제한 반대 서명사이트(http://www.idoo.net/nocut/frame.htm)까지 생겼다.

이 사이트에는 현재까지 찬성 서명자가 7만명을 넘어섰다. 많은 학교들이 규정하고 있는 '귀밑 3㎝ 제한' 은 인권침해라는 것이 이들 학생 네티즌들의 항변이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교육부.청와대 등의 홈페이지 등에 연일 사이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교들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 민주적인 방식으로 규정을 만들어 실천하도록 하고 있어 다른 학교에 귀감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중동고교(교장 鄭昌鉉)다. 중동고교는 그동안 오래된 전통이라며 스포츠형 머리를 고집해온 전형적인 두발규제 학교였다. 이로 인해 최근 2년간 학교와 학생간 두발갈등이 빈번했다.

결국 이 학교는 학생들이 참여해 두발규정을 만들되 일단 정해지면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규정 제정작업은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졌다.

1단계는 총론 수렴과정. 방학 전에 대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 학생 3백여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선 학생 인권과 교육의 주체 등 근본적인 문제도 거론됐다.

2단계는 각론 수렴단계로 개학 후인 지난 9일 각 학급에서 홈룸시간을 이용, 학생들 각자의 의견이 취합됐고 여론조사까지 마쳤다. 앞으로 대의원총회가 열려 최종안이 마련될 계획이다.

이 학교 오세덕(50)생활부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데 목표가 있다" 며 "생활통념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학생들의 결정을 수용할 것" 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정고도 학기 초 두발과 관련,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자 학생회의를 거쳐 3㎝ 이내로 제한된 앞머리 길이를 8㎝ 이내로 확대해 사실상 자율화했다. 이 정도는 일반인의 머리와도 다를바가 없는 파격이다.

김진성 교장은 "학생들도 일반인과 같은 머리를 하고 다니게 하되 규정은 스스로 철저히 지키게 한다" 고 말했다.

이밖에 강서공고.경성여실.풍문여고.충남 목천중 등도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학생들의 자율 호응을 유도해냈다. 하지만 두발길이 문제와는 달리 여전히 팽팽한 문제가 컬러링(염색)이다.

학생들은 각자 개성에 맞게 컬러링을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인데 비해 아직 학교장.교사.학부모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6일 공식입장을 통해 "가위로 자르는 등 비인격적인 학생 통제는 자제하고 전향적인 모발 규정을 학교 자율로 만들되 염색은 아직 시기상조" 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