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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점프력 좋더라니 … 프로배구 이색 경력 지닌 외인 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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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중간에 다른 쪽으로 옮겨 파는 것도 가끔은 나은 것 같다. 올 시즌 프로배구에 이색 경력을 지닌 선수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어 이채롭다.

GS칼텍스가 이달 초 이브를 내보내고 데려온 데스티니(23·미국)는 역대 여자 용병 중 최장신(1m95㎝)이다. 높은 타점으로 2009년 미국대학리그에서 텍사스대를 준우승으로 이끌고 MVP와 득점왕을 수상했다. 특이한 것은 데스티니가 2009년까지 세 차례나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높이뛰기 챔피언에 오른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의 최고 기록 2m1㎝는 한국신기록보다 8㎝나 높다.

데스티니는 “중학교 1학년 때 높이뛰기를 처음 시작했다. 배구는 높이뛰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됐다”며 “대학에서 1~6월에는 높이뛰기 선수로 뛰고 7월부터는 배구리그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높이뛰기보다 배구에 더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려 1m6㎝의 빼어난 서전트 점프력을 자랑하는 데스티니는 국내 데뷔전인 10일 도로공사전에서 23점을 올리며 팀의 8연패를 끊는 구세주가 됐다. 신만근 도로공사 감독은 “데스티니가 케니(현대건설), 몬타뇨(KT&G)급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보인다. 공격할 때 파워가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몬타뇨보다 높이는 더 좋다”고 평가했다.

삼성화재의 가빈(24·캐나다)은 농구선수 출신으로 2004년 고등학교 마지막 해에 어머니의 권유로 뒤늦게 배구로 종목을 바꿨다. 2m7㎝의 장신임에도 뒤늦게 배구를 했기에 주목받지 못했으나 올 시즌 득점 1위(570점), 공격종합 1위(54.51%), 서브 1위(세트당 0.33개)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배구 관계자들은 “점프력이 중요한 배구의 특성상 높이뛰기나 농구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2007~2008시즌 흥국생명에서 뛴 마리 헬렌은 축구선수 경력을 갖고 있다. 브라질 출신답게 초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한 그는 배구 지도자인 아버지를 따라 종목을 바꿨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연습하고 쉴 때 족구를 무척 잘했다”고 소개했다. 1m79㎝로 용병치곤 단신인 마리는 탄력은 좋았으나 공격력은 썩 좋지 않았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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