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미국 NMD 연기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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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추진 결정을 차기 정부에 넘기기로 한 데 대해 러시아.중국.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과 주요 기구들은 일제히 환영을 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지구상 전략적 세력 균형을 강화하는 조치" 라고 긍정 평가했다.

주방자오(朱邦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성적인 조치며 미국 정부가 앞으로 다른 국가들과 많은 대화를 하길 바란다" 고 논평했다. 영국.프랑스.독일 정상들도 "우방을 고려한 신중한 결정" 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어는 클린턴의 노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반면 부시는 '스타워스' 에 버금가는 공상과학적 구상을 이미 공약한 상태다.

클린턴-고어 행정부의 안보정책.군비태세 문제를 계속 공격해 온 부시 후보측은 NMD 연기를 계기로 보수주의 세력을 반(反)고어 쪽으로 몰아가려는 전략이다.

부시는 이 발표에 대해 "NMD 연기는 클린턴-고어 행정부가 7년간 미국 방위력 강화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고어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며 "무리하게 추진하면 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내 전문가들은 NMD 연기 결정이 부시에게 일방적으로 반사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탈냉전 시대에는 미사일이 유권자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끄는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노먼 온스타인 연구원은 "소련체제가 핵무기 대결을 위협하던 냉전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고 말했다. 부시 구상의 현실성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부시는 우주와 해상발사도 포함하고 미국뿐 아니라 우방 모두를 방어하는 전지구적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주창한다.

반면 고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경비를 충당할 수 있으며 우방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체제를 개발하겠다" 는 입장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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