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이형택, 세계 11위 완파 32강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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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랑코 스킬라리(24.아르헨티나). 세계랭킹 11위로 올 시즌 프랑스오픈에서 4강까지 올랐고 뮌헨대회와 슈투트가르트대회에서 우승했다.

랭킹 1백81위로 예선을 거쳐 겨우 본선에 진출한 이형택(24.삼성증권)이 넘기에는 분명히 '큰 산' 이었다.

이형택이 한국 남자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테니스 대회 1회전에서 78위 제프 타랑고(미국)를 꺾고 스킬라리를 만나자 '2회전 진출만 해도 어디냐' 는 분위기였다. 타랑고를 꺾은 것도 어쩌다 나오는 이변 중 하나로 취급됐다.

그러나 이형택은 스킬라리마저 훌쩍 뛰어넘고 3회전(32강)에 진출, 결코 '찻잔 속의 태풍' 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벌어진 US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2회전에서 스킬라리를 2시간10분 만에 3 - 0(7 - 6, 7 - 5, 6 - 2)으로 완벽하게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마침 톱 시드 앤드리 애거시(미국)가 세계 37위 아르노 클레망(프랑스)에게 지는 바람에 뉴스의 초점이 되진 못했지만 AFP 통신에서는 '한국의 예선 통과 선수가 이변을 이끌어냈다' 며 크게 보도했다.

이형택은 승부의 고비가 된 첫 세트에서 게임스코어 6 - 6으로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한 뒤 7 - 3으로 승리, 파란을 예고했다.

2세트에서 2 - 5로 뒤지다 연속 다섯게임을 따내며 7 - 5로 역전한 이형택은 3세트에서는 전의를 상실한 스킬라리를 6 - 2로 압도했다.

이형택은 3회전에서 세계 57위 라이너 슈틀러(독일)와 맞붙는다. 이형택이 스킬라리를 완파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스킬라리는 무려 12개의 더블 폴트(이형택 3개)를 범했고 첫번째 서비스 성공률이 41%(이형택 59%)에 그치는 등 모든 면에서 밀렸다.

두번째는 플러싱 메도 코트가 하드 코트라는 점이다. 볼의 속도가 빠른 하드 코트는 강한 스트로크를 주무기로 하는 베이스 라이너인 스킬라리보다는 '서브 앤드 발리' 의 공격형인 이형택에게 유리하다.

스킬라리가 좋은 성적을 올렸던 대회는 대부분 클레이 코트였고, 그래서 13번 시드를 받았다.

이형택은 경기 후 "애거시의 탈락으로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주 브롱크스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 자신감을 얻었다. 황홀한 기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하겠다" 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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