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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수백 통 청탁전화 받아 서울청장의 인사개혁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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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강희락 경찰청장이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인사개혁 방안에 대해 “참신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강 청장은 “나도 (인사 때만 되면) 수백 통의 청탁 전화를 받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조 서울청장의 인사개혁에 대한 원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 청장은 10일 “인사청탁을 사전에 막기 위해 경정·경감 승진 대상자들을 전원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청장의 인사개혁안은 전국 경찰 단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본지 1월 11일자 1면>

조 청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렴도 평가에서 경찰이 꼴찌를 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투명하지 못한) 경찰 내부의 승진 문제”라며 “해법을 찾지 못하면 국민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사개혁안에 대해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부림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어제(10일) 일대일 면담을 하러 너무 많은 이들이 몰려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며 “모든 이들이 만족하는 인사는 없고, 내가 이런 시도를 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사 때 소위 ‘백’을 쓰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도 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일만 열심히 하면 승진은 알아서 된다”고 말했다.

조 청장이 인사개혁 방안을 들고 나오게 된 것은 강희락 청장이 밝힌 것처럼 ‘수많은 청탁’ 때문이라고 한다. 통상 경찰은 승진인사를 앞두고 대상자를 5배수로 추린다. 물론 비공개다. 이때부터 5배수에 들지 않는 경찰관을 포함해 인사 대상자들은 정치인 등 유력 인사를 동원해 청탁을 통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경찰관이 승진을 위해 1년 내내 청탁하러 뛴다”는 말까지 나온다. 조 청장의 ‘2~3배수 공개’는 이런 지적에 대한 처방전이다. 성과 평가를 통해 승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의 범위를 줄이고, 이를 경찰 인터넷망에 공개해 쓸데없는 청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날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작은 부서에서나 시도되던 인사개혁방안이 서울경찰청에서도 실현됐다. 의미 있는 실험인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충격요법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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