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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신안(新案) 발표] 친박 “타협 실종 바보 같은 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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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신안을 발표한 11일 오전 10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렀다. 신안 발표가 끝난 뒤에도 별도의 오·만찬 약속 없이 하루 종일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전날 미국에서 돌아온 유정복 의원이 전화로 귀국 인사를 했지만, 둘 사이에도 세종시와 관련된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침묵’이 기존 입장의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데다 오늘 발표된 안에 새로운 것이 없는 만큼 덧붙일 얘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일 재경 대구·경북 인사회 때 “수정안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전 대표는 침묵했지만 측근들은 세종시 신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최근 정부부처 5~6개 이전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었던 홍사덕 의원은 “타협의 여지를 완전히 없앤 정치 실종의 바보 같은 안”이라고 혹평했다. 박 전 대표를 공격한 친이명박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반격에 나섰다. “당을 깨자는 거냐”는 말까지 나왔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전날 박 전 대표를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는 세간의 말이 있다’고 비판한 정두언 의원을 겨냥, “제왕적 측근, 그 이상인 인사의 오만방자한 인신비방”이라고 맹공했다. 그는 “정도 정치를 하고 당내 민주화와 의회 민주화를 위한 정형을 만든 박 전 대표에 대해 인신공격을 릴레이식으로 하는 사람 태반이 한쪽의 측근이라면 어떻게 우연이라고 보겠나”며 ‘배후론’을 이어갔다. 구상찬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마치 짐 싸들고 나가라고 고사라도 지내는 이들 같다”고 이 의원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도 세종시 신안 부결을 위한 야권의 연대 제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정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던 연정과 다른 게 뭐냐”고 펄쩍 뛰었다. 유승민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당을 깨자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 와중에 특정인을 감정적으로 헐뜯고 비난함으로써 당의 분열을 부추기는 저급한 행위는 그만두고 친박이든 친이든 수정안의 내용에 대해 깊이 고민해 국민 앞에 당당하게 입장을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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