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신안(新案) 발표] 충청 민심 “원안 추진만이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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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충청권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으로 구성된 ‘행정도시 원안 사수 충청권 연대회의’ 회원들이 11일 충남 연기군청 앞에서 세종시 신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기=연합뉴스]

정부가 11일 세종시 신안을 내놓자 충청권은 “원안 추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남상우 청주시장 등 일부 자치단체장과 경제계는 찬성 입장을 밝혀 온도차를 보였다.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신안을 면밀히 검토했지만 원안 추진 이외에는 해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안은 세종시 자족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혁신도시 추진 등에 따른 다른 지역과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문제(세종시 수정)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끝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많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결단(수정 방침 포기선언)’을 촉구했다. 이 전 지사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3일 사퇴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충청권 주민이 원하지 않는 세종시 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청권 민심이 변하지 않는데 정부 여당이 강력한 수단으로 몰아붙이려 한다면 저 자신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 달에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정부가 세종시 수정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대전 등 인근 도시에 대한 검토와 배려가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정부가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도시로 지정한 것과 관련, “35년간 키워온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대전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연기군 주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신안은 행정기관 이전 백지화를 제외하곤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종시 건설현장에서 덤프 트럭을 운전하는 임지철(51)씨는 “법으로 정한 국책사업도 하루아침에 뒤집는데 대기업이 온다는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시큰둥해 했다. 유한식 연기군수는 “정부와 여당은 약속(원안 추진)을 즉시 이행하고 이주민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세종시 건설 예정지 주민 1만여 명 가운데 7600여 명은 보상을 받고 고향을 떠났다.

‘행정도시 원안사수 충청권 연대회의’ 등 시민단체 관계자와 주민 500여 명은 이날 공주시청·연기군청 앞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세종시 원안추진을 촉구했다. 이상선 위원장은 “국가균형발전의 비전은 제시하지 않은 채 행정도시 백지화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충북도 내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충북대책위원회는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정치인을 대상으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낙천·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남상우(한나라당) 청주시장은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확정해 발표한 만큼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 시장은 “세종시에 우수한 대기업이 들어오면 청주권은 대기업 연관기업 등이 들어서는 배후 산업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소속인 김호복 충주시장은 “세종시가 수정돼도 충주 기업도시 건설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금태 대전산업단지협의회장은 “정부 부처 대신 기업과 대학이 입주하는 수정안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지역 상공인들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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