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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 살리기 '지지부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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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환경단체들이 만경강의 오염이 극심해 새만금간척지의 담수호가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고 하자 전북도가 해외자본을 유치해 폐수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만경강 살리기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도의 뜻대로 만경강 환경개선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 만경강 오염실태.원인=전주지방환경관리청이 지난 7월 김제 백구와 완주 삼례에서 수질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BOD가 각각 6.1ppm, 5.5ppm으로 나타났다.

하천수 4등급 수준이다. 환경관리청이 목표로 하는 3ppm 이하(2등급)에 훨씬 못미친다.

가장 큰 오염원은 전주.완주 등에서 전주천 등을 통해 유입되는 생활하수다. 또 전주.김제 등의 일부 공장들이 아직도 폐수를 정화하지 않은 채 몰래 버리고 있다. 익산 등의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축산폐수도 만경강 오염을 부추기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 대책=전북도는 지난해 4월 캐나다의 건설.환경 종합업체인 '나바린' 과 수질개선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나바린이 2004년까지 2천억원을 들여 김제.익산.완주 등 7개 시.군의 만경강 주변에 하수처리시설 54곳을 설치하는 게 골자다.

자기자본을 먼저 투자한 뒤 30여년 시.군으로부터 폐수처리 비용을 받으면서 시설들을 운영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나바린은 만경강 수질을 2등급(BOD 3ppm 이하)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북도는 또 2005년까지 5백억여원을 들여 전주시 팔복동~김제시 청하면 만경대교 31㎞의 만경강둑안 둔치에 환경친화적 생태공원을 조성해 자연적인 수질정화를 꾀하기로 했다.

◇ 문제점=나바린 해외자본 유치는 사실상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기 한 만경강 유역의 전주.김제.익산시 등 7개 시.군의 하수처리 계획 및 여건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경우 독자적으로 민자를 유치해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부 시.군은 하수처리 기본계획조차 마련되지 않고 예산도 확보되지 않았다.

게다가 하수처리사업은 시장.군수의 권한으로 도지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다.

나바린은 7개 시.군에 대해 일괄적으로 투자.운영해야 수익을 맞출 수 있다며 최근 대(對)만경강 투자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의 유성엽(柳成葉)환경보건국장은 "시.군의 계획이 각각 달라 하나로 통일 시키는데 어려움이 많다 "고 밝혔다.

그는 또 "나바린이 컨소시엄 파트너인 동아건설의 정치자금 문제가 최근 불거지자 다른 업체를 물색하는 바람에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을 뿐" 이라고 말했다.

현재 용역 의뢰 중인 강변 생태계공원 사업도 토지 경작자들의 반발이 큰 데다 예산부족으로 1단계 사업비조차 확보가 안돼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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