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없는 허리 통증 치료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최근엔 요통을 수술하지 않고 고주파 등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하는 시술법이 대중화 되고 있다. [튼튼병원 제공]

사무직인 박영훈(35)씨는 요즘 허리 통증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대학시절부터 시작된 요통이 최근 부쩍 심해졌기 때문. 문제는 마땅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리치료 를 위해 매일 병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수술을 받을 정도로 심한 것도 아니다. 요통은 감기만큼 흔한 질환이다. 산업재해 통계에 의하면 직업관련성 질환 1위가 요통이다. 수술을 받지 않고, 요통을 해결할 방도는 없을까. 척추관절전문 튼튼병원 박진수 원장의 도움말로 요통 치료의 비수술적 치료법을 알아봤다.

다양한 비수술 치료법 등장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척추질환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추간공이 좁아져 나타나는 질환. 따라서 수술을 받지 않으면 점점 신경이 눌려 하반신이 마비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비수술 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최근 많이 시도되고 있는 시술법은 ‘감압신경 성형술’과 ‘고주파 수핵 성형술’이다.

감압신경 성형술은 척추 조직의 손상으로 생긴 염증이 신경을 압박해 나타나는 통증에 주로 적용된다. 가벼운 외상이나 충격에 의해 발생한 급성요통, 즉 외상에 의한 수핵팽륜증(디스크가 부풀어 오름), 척추 수술 후 통증증후군에 효과적이다. 1.06㎜의 특수 카데터(고무 혹은 금속제의 가는 관)를 꼬리뼈로 삽입해 염증을 완화시키는 신경이완제, 척수와 척추관의 유착을 분리해 주는 분해효소, 염증 물질이 배출되도록 하는 고농도 식염수 등을 환부에 직접 주입한다. 유착된 신경을 박리하는 것이 목적. 신경의 압박이 감소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고주파 수핵 성형술은 수핵(디스크 중심의 말랑말랑한 부위)의 압력을 낮추는 시술이다. 고주파로 수핵 일부를 제거하고, 이 과정에서 생긴 디스크 내의 빈 공간을 수축·응고시켜 튀어나온 디스크를 줄게 한다. 허리와 다리 아래로 전달되는 신경압박을 줄여 통증을 완화시킨다. 기존의 레이저를 이용한 감압술은 200~300도의 높은 온도 때문에 주변 조직에 유착을 일으켰다. 그러나 고주파는 60도 내외의 낮은 온도로 디스크 수핵을 응축시키기 때문에 성공률을 높인다. 디스크가 50%(약 5㎜) 이상 터져나오지 않은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누워서 다리를 들어 봤을 때 60~80도로 들어올릴 수 있다면 이 치료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효과는 두 시술법이 비슷하다. 안산 튼튼병원의 조사 결과, 올 1~10월 감압신경 성형술을 시술한 환자 624명 중 587명(94%)이 시술 후 추가적인 수술 없이 호전됐다. 환자 만족도는 85% 수준. 또 고주파 수핵 성형술은 308명 중 281명(91.2%)이 추가 수술 없이 호전됐고, 환자 만족도는 87%였다.


고령자·만성질환자에게 적합

비수술 치료의 장점은 고령자나 당뇨병·고혈압 환자에게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도 되고, 수술 시간이 10분 내외로 짧기 때문. 출혈로 인한 부종이나 통증, 감염의 위험이 없다는 것도 이점이다.

그러나 비수술적 치료법이 모든 척수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디스크 중기 이전인 환자에게 시술해야 효과가 좋다.

고주파 수핵 성형술은 디스크가 조금 밀려나온 환자가 적용 대상이다. 신경의 약 3분의 1가량이 눌린 환자다. 또한 탈출된 디스크가 말랑말랑한 연성 디스크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MRI(자기공명영상장치)로는 판독이 불가능해 CT 촬영을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다. 감압신경 성형술도 적용되지 않는 환자가 있다. 시술 부위 또는 인체에 감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또 시술 시 출혈이 심한 환자에겐 시술하지 않는다.

디스크가 터져 흘러내렸거나, 압박에 의한 신경 손상이 심한 디스크 말기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디스크 수술 역시 최소 절개를 통한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일명 미세침습 시술로 작은 상처만 내고 현미경과 내시경으로 확대 조명해 수술하는 방법이다. 1㎝ 미만의 절개구를 통해 수술이 이뤄지므로 최대한 정상 조직을 보존하며 출혈 가능성도 적다.

허리디스크는 일찍 발견할수록 비수술적 치료와 운동요법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허리를 비롯한 허벅지·종아리로 뻗치는 듯한 하지 방사통이 한쪽 다리에서만 느껴진다면 디스크일 확률이 높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한다.

정리=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