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세계는 지금 '에이즈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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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세계가 에이즈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이나 후진국 어디도 예외가 없다.

지난해 말 '유엔 에이즈퇴치계획(UNAIDS)' 이 밝힌 전세계의 에이즈 감염자는 3천4백여만명, 사망자는 1천9백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이 세계 에이즈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에이즈를 "외국 정부를 전복시키고, 인종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질병" 으로 규정,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동원한 범세계적인 에이즈 확산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은 1998년 에이즈에 대한 사망자 1인당 의학발전연구자금(4만3천2백달러)이 암(4천7백달러)의 10배를 기록, 암 전문의.환자들의 반발을 샀을 정도로 에이즈 퇴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92년을 기점으로 신규 에이즈 환자 수가 두 배 이상으로 폭증(2백명→4백50명)하자 93년 에이즈 예산을 기존의 5배(20억엔→1백억엔)로 증액했다.

그 성과는 연간 감염자 수를 3백~4백명으로 묶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에이즈 예산이 13억8백만원으로 98년에 비해 오히려 8천만원이 후퇴한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에이즈 '다(多)위험국가' 의 발빠른 대응도 눈에 띈다. 태국의 경우 감염자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정부퇴치정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91년 이후 감염자들이 윤락여성을 상대로 펼친 '1백% 콘돔 사용 운동' 덕분에 한때 1백20만명으로 추정되던 에이즈 감염자 수가 최근 주춤한 상태.

동성애로 몸살을 앓고 있는 홍콩에서도 게이 바나 게이 사우나마다 '1게이 1사물함 1콘돔' 운동이 펼쳐져 현재 17개로 추정되는 게이 사우나 중 10개가 운동에 동참했다.

나라마다 정책은 다르지만 성적으로 취약계층인 청소년에 대한 예방교육엔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다.

브라질은 에이즈나 성병 감염위험이 큰 10대 불량여학생들을 장기간(6개월~2년)의 합숙 예방 프로그램에 참가시켜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콜롬비아의 경우 10개 지역 4백51개 고등학교의 반장.부반장들을 의무적으로 에이즈 지도자 교육에 참여시켜 현재까지 2천여명의 학생 에이즈 예방 전령사들을 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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