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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섣잡은(?) 손잡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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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이 증가했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엔 버스를 탈 때에도 조심해야 한다. 신발 밑창에 묻은 눈으로 인해 미끄러지기 십상이므로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한다.

이런 경우 “버스 손잡이를 섣잡았다간 넘어지기 쉬우니 꽉 잡아라” “손잡이를 섣잡고 있다가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미끄러졌다”와 같은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어설프게 잡는 행동을 가리킬 때 이처럼 ‘섣잡다’는 표현을 쓰곤 하나 ‘설잡다’가 맞는 말이다. ‘섣부르다’나 ‘섣불리’가 연상돼 그런지 ‘섣잡다’를 바른 표현이라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표준어 규정은 어원적으로 원형에 더 가까운 형태가 아직 쓰이고 있는 경우에는 그것을 표준으로 삼도록 정하고 있다. ‘설잡다’가 아직 쓰이고 있으므로 ‘섣잡다’는 버리고 원형에 가까운 ‘설잡다’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설’은 ‘설익다/설깨다/설듣다/설마르다/설보다’ 등에서처럼 일부 동사 앞에 붙어 ‘충분하지 못하게’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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