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러시아 핵잠수함 구조 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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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2일 바렌츠해에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승무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영국과 노르웨이의 국제 지원팀이 17일 현장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이들이 러시아 구조팀에 합류하는 데 최소한 이틀은 걸린다. 미 정보기관은 생존자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쿠르스크호의 승무원 1백18명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바렌츠해의 구조작업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 경과〓기동훈련 중이던 쿠르스크호는 12일 해저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사고로 침몰했다. 사고 직후 러 해군은 사고 해역에 22척의 군함을 파견했다.

미국.영국 등은 즉각 인도적 구조협조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세계 최강의 구조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다" 며 서방의 지원의사를 단호히 거절했다.

하지만 14일부터 심해 잠수정을 이용해 수차례 시도한 구조작업이 악천후와 열악한 침몰 상황으로 인해 모두 실패하고 산소량도 18일이면 사실상 바닥나는 상황에 몰리자 러시아는 마침내 국제협조를 요청했다.

영국은 즉각 미니 잠수정 LR5를 현장으로 보냈고 노르웨이도 잠수인력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사고해역에 국제구조팀이 도달하기엔 아직도 이틀 정도가 더 필요하다.

영국 관계자들은 "강한 해저 조류 속에서 60도로 기울어진 잠수함에 연결할 수 있는 장비는 전세계에서 LR5가 유일하다" 며 러측이 너무 늦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한다.

현재 승무원들의 구조 신호는 24시간 이상 끊어진 상태다.

또 잠수함 측면 미사일 발사구 인근에서 거대한 거품이 일고 있어 선체 안으로 급속히 물이 스며들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국제 지원요청 왜 늦었나〓나흘이 지나서야 러시아가 서방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은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쿠르스크에 탑재된 신형 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CNN.com은 16일 제인 국방연구소 폴 비버 대변인의 말을 인용, 이 잠수함에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항공모함 격침용 SS-N-19 미사일 12기와 최첨단 목표물 탐지 레이더가 장착돼 있으며 이는 서방측에 노출된 적이 없는 비밀병기라고 전했다.

◇푸틴의 부담〓러 해군은 구조가 늦어지자 잠수함 내 산소가 25일까지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따갑기만 하다. 서방의 지원을 뒤늦게 수용한 이유 중 하나가 최종 결정권자인 푸틴 대통령이 휴가 중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푸틴은 16일 TV에 출연, "러시아 해군은 최선을 다해 구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밝혔으나 여전히 휴양지 소치에 머무르고 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국가적 자존심은 보여줘야 하지만 무분별하게 오만해서도 안된다" 며 승무원들의 생명을 경시한 듯한 정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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