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지수 점검] 사회·문화교류 활발…고른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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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 정상간의 만남과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55년 만의 첫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와 성과에 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통일원칙.방안에 대한 해석과 대북협상에 관해 진보와 보수, 여야는 갈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파악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이에 중앙일보와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는 한반도 평화지수를 주간단위로 평가해 지면에 발표함으로써 국민이 남북관계에 관해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객관적.분석적 시각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정상회담의 결과가 선언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는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다면 그 변화는 무엇인가□ 정상회담 성사가 발표된 지난 4월 10일을 기점으로 정상회담까지의 2개월, 그리고 회담부터 현재까지 2개월간의 평화지수의 변화를 비교해보는 것이 이런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변화하고 있는가〓지난 4개월간의 평화지수 변화 추이를 보면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지수가 크게 높아졌으며, 그 추세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정상회담 이후 급격히 증대된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상회담 이후 지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상회담이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남북협력의 발판을 마련한 단초가 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평화지수가 정상회담 이후의 후속사건이 없을 경우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상승추세는 활발한 협력관계가 조성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남북간의 협력적 사건의 발생빈도를 보면 더 분명하다.

양측의 협력적 행위가 정상회담 이전에는 32건에 불과했으나 회담 이후 1백86건으로 6배 가까이로 증대했다.

◇ 관계 변화의 특징은〓남북간 협력분야의 변화가 주목된다.

정상회담 이전에는 주로 정치.군사분야에 집중되던 남북관계(정치 19건, 경제 8건, 사회문화 5건)가 정상회담 이후에는 정치.군사분야 외에도 경제 및 사회.문화분야 등 다방면에 걸쳐 고르게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정치 71건, 경제 58건, 사회문화 57건).

이는 정상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차원뿐 아니라 민간차원의 실질적 협력이 증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민간부문의 교류.협력의 활성화가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를 통해 궁극적으로 정치.군사분야로 진행될 수 있다는 남한의 기능주의적 접근방식의 성과로 해석될 수도 있다.

'

◇ 협력의 지속 가능성은〓남북협력의 지속적 확대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협력에 얼마나 적극적인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남북간 협력행위를 주체별로 보면 정상회담 이전에는 남북이 비슷한 빈도를 보였으나(남한 4건, 북한 6건, 남북한 22건), 정상회담 이후에는 대부분 남한 주도로 이뤄졌다(남한 1백2건, 북한 29건, 남북한 55건).

그러나 남북 공동 협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북한 주도도 완만하게나마 증가 추세에 있음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경직성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출발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남한 주도의 협력은 국내 논쟁의 단면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화해.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북한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우리만 너무 앞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상대적 소극성과 아울러 야당 총재 비난, 조선일보 기자 입국 거부 등으로 남북협력의 발전 가능성에 비관적인 견해가 일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긍정 신호가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50년 이상 지속돼 온 적대적 대립관계를 고려할 때 지나친 기대감은 비현실적일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따라서 신중하게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단순한 체감(體感)차원에서 인식하기보다 평화지수 같은 자료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현황 분석과 미래 예측에 합리성을 부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승철 교수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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