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 시대가 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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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공황의 공포가 가시자 대혼돈의 시대가 오고 있다’.

지난해 각종 경기 부양책 덕에 1930년대 대공황에 비견되던 공포는 한풀 꺾였다. 그러나 올해 경제를 보는 시각은 너무나 엇갈려 이젠 대혼돈(Great Ambiguity)의 시대에 살게 됐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와 함께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세계의 흐름을 나타내는 키워드는 ‘전환’이라고 6일 밝혔다. 연구소는 ‘2010년 해외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2010년 세계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트렌드가 대두되는 전환의 한 해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초 쏟아진 호재=4, 5일 잇따라 나온 제조업지표가 시장을 들뜨게 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공장의 주문이 전문가 예상보다 훨씬 늘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공장 재고도 두 달째 증가했다. 그동안 줄여 놓았던 재고를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지난해 12월 제조업지수는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이 살아나면 서비스업으로 연쇄 상승 효과를 일으킨다. 경제조사회사 ITG의 로버트 바버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후 기업이 과도하게 줄인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실업 완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월가는 벌써 8일 발표될 지난해 12월 실업 통계가 최근 2년 안에 가장 개선된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동차 판매가 우려와 달리 15.1% 늘어난 것도 꽁꽁 얼어붙은 소비시장 해빙을 예고하는 지표로 해석됐다.

◆여전히 강한 비관론=연초 반짝 회복한 경기지표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본다. 현재 10%인 실업률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낮추자면 매달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 그러나 실업 통계가 개선됐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난달조차 일자리는 1만 개 줄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회복을 좌초시킬 암초도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개인 주택 부실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과 신용카드 부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다. 개인 주택 압류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부동산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은행에 압류된 주택이 시장에 급매물로 나오면서 집값을 끌어내리고 이게 다시 파산을 부추기는 악순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새해 트렌드는 ‘전환’=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적으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 체제에서 정상적인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할 것이며 산업·기업 측면에서는 그런 사회를 대비한 새로운 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국제질서의 축은 주요 20개국(G20)으로 서서히 이동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주도의 선진 7개국(G7) 체제가 중국·인도 등 신흥국이 대거 참여한 G20 체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다만 합의 수준은 높지 않을 전망이라고 연구소는 내다봤다.

뉴욕=정경민 특파원·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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