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기자의 취재파일] 민주 최고위원 경선 여여대결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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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秋의원이 뒤통수 칠 줄 몰랐다. 여성 후보들을 단일화해 힘을 몰아주자고 할 땐 가만 있다가…" (김방림 의원)

"여성으로 나온 게 아니다. 나는 젊은층 대표로 출마한 거다"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갑)

지난 8일 김포공항 귀빈실. 대구시지부 개편대회에 참석하러 가던 민주당 秋.金 두 여성의원의 말싸움이다.

이인제 상임고문이 "그만들 두라" 고 만류해 가까스로 진정될 정도였다.

다툼의 핵심은 8.30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7명선출)에서 여성 후보 단일화 문제. 그 사정은 이랬다.

지난달 장영신 의원 등 당 여성의원들 사이에 단일화문제가 거론됐다.

그 대표로 김희선(서울 동대문갑)의원을 내세우기로 당내 여성의원 8명이 합의했다.

그런데 秋의원이 이를 거부하고 출마를 선언한 것. 김희선 후보측은 "약속위반이다.

여성후보 지지 표가 나눠질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불만을 김희선 의원을 밀고 있는 김방림 의원이 터뜨린 것이다.

걸쭉한 입심으로 소문난 김방림 의원은 오랜 당료생활끝에 이번에 전국구로 배지를 달았고, 한영애 전 의원과 비슷한 여장부로 통한다.

반면 秋의원은 "김희선 의원과 나는 컬러가 다르니까 각자 뛰어 모두 당선하면 된다" 고 반박한다.

그는 정동영.김민석 의원과 자신을 묶어 '소장파 트로이카' 라는 이미지를 다듬으려 한다.

경선의 한쪽에 여성 대결도 뜨겁다.

민주당에는 야당시절에도 여여(女女)대결이 있었다. 1992년에도 부총재 경선에 당시 박영숙.이우정 전 의원이 출마했다.

"여성 후보 2명이 나와 모두 떨어질 것" 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朴전의원은 당선됐다. 반면 93년 최고위원 경선에선 朴부총재가 여성 단일후보로 나왔지만 떨어졌다.

이 전례 때문에 "여성후보의 숫자보다 '여성' 을 어떻게 이슈화하느냐가 변수" 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을 경쟁대열로 끌어낸 동인은 뭘까-. 당 관계자는 "여성 리더십이 취약한 정치현실에서 해답을 찾아보라" 고 말한다.

경선이 요직에 발탁되는 통로가 될 수도 있고, 정치적 야심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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