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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그룹 부당 내부거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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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발표한 롯데.제일제당 등 7개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 결과는 6대 이하 중소 규모 재벌들의 부당 내부거래도 4대 그룹 못지 않게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한 7개 그룹 모두 부당 내부거래 사실이 적발됐으며, 조사대상이 됐던 소속 계열사 35개 중 26개사가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당 내부거래는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을 위해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자금이나 유가증권 등 자산을 주고 받는 행위를 말한다.

부당 내부거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우량기업이 부실기업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이 훼손되고 부실회사의 퇴출을 막아 기업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개선되지 않은 부당 내부거래 규모〓1998년 공정위가 동양.한화.한진.동부.한솔 등 5개의 6대 이하 그룹 부당 내부거래조사를 했을 때 적발된 지원성 거래규모는 2조4천8백37억원이었다.

당시 5개 그룹에 최종적으로 부과한 과징금은 1백42억원. 이번에 7개 그룹의 지원성 거래규모(3조9천5백77억원)나 과징금 규모(1백74억원)는 조사대상 그룹 수를 고려하면 지난번 조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2년 전의 6대 이하 재벌 부당 내부거래 조사가 나머지 재벌들에 별로 '경고' 가 되지 못한 것이다.이같은 이유로 중소 재벌들이 재벌 개혁의 사각지대(死角地帶)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재벌 변칙 증여 의혹〓이번 조사에서 대림그룹이 회장 아들에게 싼 값으로 비상장사 주식을 매각한 것이 적발됐다.

대림그룹의 계열사인 서울증권은 99년 10월 5일 이준용 그룹 회장의 장남 해욱씨에게 대림정보통신의 주식 49만8천6백주를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과거 가치로 평가해 팔았다.

대림정보통신은 이어 지난 3월 24일 삼호로부터 자사주 50만주도 과거 가치로 평가받아 취득한 뒤 곧바로 소각해 결과적으로 해욱씨의 대림정보통신 지분이 99.83%가 되도록 했다.

공정위는 세법상으로는 미래가치와 과거가치 중 하나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지만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정보통신 회사 주식은 미래가치로 평가해 매각하는 것이 정상적인 거래라며 이를 부당 지원행위로 규정했다.

◇부당 내부거래의 다양한 수법들〓기업어음(CP)을 낮은 이자로 매입하거나 주식을 싼 값에 넘기는 것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이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 금융기관을 통해 우회 지원하는 등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97년 10월부터 98년 10월까지 조흥은행 등 3개 은행에 특정금전신탁 4백88억8천8백만원을 가입, 은행들이 이 돈으로 롯데쇼핑이 발행한 CP를 동양종합금융 등 13개 금융기관의 중개를 받아 정상금리보다 낮은 할인율을 적용, 비싸게 매입하도록 했다.

부실 계열사를 그룹 계열사가 조직적으로 지원한 사례도 적발됐다.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상사 등 코오롱그룹의 8개사는 97년 7월부터 99년 3월까지 3년 연속 적자 계열사인 코오롱개발로부터 불필요한 골프.콘도 회원권을 3백22억원어치나 매입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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