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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의 경제학] 상추 하루 새 65% 올라 4만50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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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4일 중부지방을 뒤덮은 100년 만의 폭설은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일부 채소류 도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가 하면 식당들은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지었다. 또 나들이가 힘들어지면서 인터넷 쇼핑 이용객이 늘었다.

서울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5일 강서도매시장에서 붉은 상추 4㎏ 한 상자의 평균 경매가는 4만5000원이었다. 밤새 상품이 올라와 폭설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던 전날(2만7358원)보다 64.5%나 급등했다. 1년 전(1만9733원)에 비해서는 무려 2.3배가 됐다. 시금치(500g 1단)는 1819원으로 4일보다 14% 높은 값에 경매됐다.

그러나 채소라고 값이 다 오른 것은 아니다. 폭설이 빗겨간 남부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는 배추·무와 저장 물량이 공급되는 양파 등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다. 상추처럼 신선도가 중요해 서울 근교에서 재배·공급하는, 이른바 ‘근교 채소류’만 폭설로 수확 작업을 못해 값이 뛰었다. 서울농수산물공사 임창수 유통정보팀 과장은 “근교 채소류는 도매가 상승에 따라 곧 소매가도 오를 것”이라며 “그러나 한파가 계속되면 채소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가격은 곧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무실이 밀집한 시청·여의도·강남 일대 식당들은 한파를 맞았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해장국·설렁탕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64)씨는 “보통은 점심 때 탕류 250~300그릇이 팔리는데 4일에는 50그릇밖에 못 팔았다”며 “눈과 추위로 직장인들이 밖으로 나오기보다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폭설 덕에 판매가 늘어난 제품도 있다. 방한·제설용품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4일 전 점포에서의 장갑·스카프·양말 매출이 1년 전보다 12.4%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장갑은 눈을 치우기 위해 점포 인근 상가·주유소 등에서 단체로 구매한 경우가 많았다. 서울 압구정동 본점에서는 4일 오후 2시쯤 장갑이 동나기도 했다.

양말은 30~40대 직장인들의 구매가 많았다. 현대백화점 판매기획팀 유창훈 과장은 “출퇴근길에 젖은 양말을 갈아 신기 위해 산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20만원 이상으로 비교적 고가인 ‘어그부츠’도 인기를 끌었다. 발목 위까지 덮어 따뜻한 데다 눈길에서 걷기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평소보다 50% 이상 매출이 신장됐다.

인터넷 쇼핑몰과 TV 홈쇼핑도 폭설과 한파의 덕을 봤다. 눈 때문에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 주문을 하는 ‘방콕 쇼핑족’이 증가한 것이다. 현대H몰은 지난해 1월 4일에 비해 올해 매출이 54% 늘었고, GS홈쇼핑도 30% 증가했다. 특히 차량 안전용 제품(체인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현대홈쇼핑 임현태 마케팅 팀장은 “ 주문 상품 배송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전담팀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정보 전문업체 케이웨더(www.kweather.co.kr)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미국에서는 눈이 오고 추워지면 채소·과일 소비가 줄고 열량이 높은 고기류와 과자·사탕 구매가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한파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비슷한 소비 행태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탁·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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