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계곡이 자기집 목욕탕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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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햇살이 너무 좋아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계곡을 찾아가기로 하고 지리산으로 놀러 갔다.

지리산 대원사 계곡에 이르자 깨끗한 물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겁게 물놀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참 잘 왔다' 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어린시절로 되돌아 간 듯 아이들과 열심히 물장구치며 물놀이를 했다.

제법 시간이 흘러 집에 돌아가려고 짐을 챙기고 있는데 계곡 한 중간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아주머니는 목욕 타월까지 가지고 와서 몸 구석구석을 씻고 있었고, 옆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물장난 한다며 이리 저리 뒹굴고 있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는 계곡에서 그런 행동은 자제해 주세요" 하고 부탁하자 그 아주머니는 되레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마세요" 라고 쏘아붙이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집 아저씨까지 와서 아주머니와 똑같이 샴푸로 머리를 감고 때를 씻는 것이었다.

정말 기가 찼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과연 이 광경을 보고 곁에서 놀던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느끼겠는가.

더 한심한 것은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너무나도 당당한 그 사람들의 태도였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하고 싶다. 제발 양심에 부끄러운 일은 아이들 앞에서 자제하도록 하자.

임화정.경남 진주시 초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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