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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들 공개입양한 유연길·한연희 부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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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엄마, 나도 어렸을 때 이렇게 사랑받으면서 자랐어요?"

"그럼, 엄마가 그때는 너랑 함께 있지 못했지만 너도 주위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었단다."

4명의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유연길(柳然吉.44.고시원 운영.경기도 과천시), 한연희(韓蓮熙.43)씨 부부.

韓씨는 1998년 두번째로 입양한 6개월짜리 아들 하선이를 바라보며 둘째 아들 희곤(16)이가 묻는 말에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연희씨는 입양한 자녀들에게 입양 사실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입양을 감추고 살았을 때의 불안과 그로 인한 '서투른 모습' 들이 자식 사랑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부는 모두 다섯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큰아들 명곤(19), 둘째 희곤, 셋째 정영범(8), 넷째 정영환(7), 막내 유하선(3).이중 큰 아들만이 韓씨가 낳은 아이다.

90년 고아원에서 자라던 여섯살짜리 희곤이를 입양한 뒤 98년 막내 하선이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셋째와 넷째는 법적 문제로 입양하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위탁 양육을 하고 있다.

韓씨는 80년 남편의 청혼을 받고 '아이를 입양하겠다' 는 조건을 달았다. 원래 결혼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결혼을 한다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나 하는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입양은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갖는 의무' 라고 믿는 韓씨는 결국 10년간의 설득 끝에 보육원에서 여섯살짜리 남자 아이를 입양했다.

그러나 아이 키우기가 쉽지는 않았다. 입양아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4년간 둘째 희곤이를 새벽에는 수영장에 데려가고, 밤에는 과외를 해가며 '극성 엄마' 로 지냈다.

그러나 정성과는 반대로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수십권의 교육.심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지 못한 나를 반성했어요. "

韓씨는 98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아진다는 소식에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막내 아들 하선이를 맞았다. 고시원 수입으로 그럭저럭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

남편 柳씨는 "양육비보다도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안 좋은 상상이 입양을 꺼리게 했다" 며 "사랑과 정성을 다해 돌봐주고 그 이후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韓씨는 지난 1월 첫 모임을 가진 한인입양홍보회(MPAK, 02-503-8351)회장직도 맡고 있다.

韓씨는 "동생이 생겼을 때 좋아하던 희곤이의 환한 웃음, 날이 갈수록 표정이 밝아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 가족이라는 생각에 마음 뿌듯하다" 고 했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떳떳하게 입양아를 키우면서 가족의 사랑을 가르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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