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뒤덮히다’ ‘덮히다’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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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함박눈이 내린다. 휴대전화를 들고 문자를 보내는 손길이 분주하다. “거리가 하얀 눈으로 뒤덮혔어!” 문자를 전송하기 전에 다시 생각해 보자. 거리가 눈으로 ‘뒤덮힐’ 수 있는지….

‘뒤덮혔어’ ‘뒤덮힐’로 활용되려면 기본형이 ‘뒤덮히다’가 돼야 하는데 이런 말은 없다. ‘뒤덮였어’ ‘뒤덮일’로 바루어야 한다. 일정한 범위나 공간을 빈틈없이 온통 휩싸는 것을 뜻하는 ‘뒤덮다’의 피동사는 ‘뒤덮이다’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덮다’의 피동형도 ‘덮히다’가 아니라 ‘덮이다’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덮힌, 덮히는, 덮혀, 덮혔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덮인, 덮이는, 덮여, 덮였다’로 활용된다.

“영하의 날씨 탓에 눈 덮인 도로가 얼어붙으면서 빙판길로 변했다” “눈 덮인 거리로 나서는 순간, 낭만은 사라지고 발아래 질퍽거리는 눈이 거추장스러워진다”처럼 사용해야 한다.

피동·사동 접사로 ‘-이-’를 쓸지, ‘-히-’를 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피동·사동사가 파생되는 데 일정한 규칙은 없다. 어휘별로 어떤 접사가 오는지 익혀야 하지만 ‘덮이다, 뒤덮이다, 높이다, 깊이다’와 같이 받침이 ‘ㅍ’인 경우엔 ‘-이-’가 붙는다는 걸 용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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