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폐교가 ‘마을 활력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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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충남 서천군 한산면 갈숲마을의 식당 한쪽에 마련된 두부 만들기 체험공간에서 관광객들이 맷돌로 콩을 갈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금강하구. 이곳에는 국내 대표적인 갈대밭이 자리 잡고 있다. 면적 33만㎡(약 10만 평)에 달하는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였다. 1일 오후 한산면 소재지에서 갈대밭으로 향하는 도로를 2㎞쯤 달리자 ‘갈숲마을’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999년 폐교한 연봉초등교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12월 말 문을 열었다.

갈숲마을 안의 옛 학교 건물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먹자방’이라고 적힌 식당이 나왔다. 식당 안에서는 관광객 30여 명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70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의 음식 재료는 이 마을에서 생산한 것만 사용한다. 관광객 염기영(31·대전시 서구 관저동)씨는 “신성리 갈대밭의 겨울 풍경을 감상하러 왔다”며 “두부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갈숲마을 만들기는 2007년 충청남도의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시범 사업 대상으로 추진됐다. 지역별로 관광상품과 자원을 활용해 자치단체·주민·시민단체가 협력해 복합생활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정부·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해 인프라를 만들고,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갈숲마을 조성에는 충청남도와 정부 등이 10억원을 지원했다. 주요 시설은 음식점을 비롯해 ▶찜질방 ▶다목적 교실 ▶60년대 교실을 재현한 옛 교실 등이 있다. 모두 교실을 개조해 만든 것이다.

인근 7개 마을 100여 가구 주민이 운영에 참여한다. 이 가운데 식당 운영 등은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 등 대표 5명이 맡았다. 나머지 주민들은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운영 이익금은 마을 공동사업비로 사용한다. 꽃길 가꾸기나 경로당 개조 등이 사업 대상이다.

찜질방(100㎡)의 이용료는 2000원이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이 마을 주부 김순희(56)씨는 “찜질방 이용료가 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말에는 이용객이 하루 평균 100여 명 이상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목적실은 건강체조 교실이나 영화 감상을 위한 주민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단체 관광객이 찾을 경우 숙소로도 사용된다. 이곳을 찾은 김윤석(39·대전시 중구 중촌동)씨는 “금강변의 멋진 풍경도 감상하고 특색 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갈숲마을 안에는 발전 용량 29㎾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설이 있다. 연간 2500만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해 한국전력에 판다. 주변에는 소규모 공원(330㎡)과 야생화단(660㎡)도 꾸몄다.

이 마을에서 3㎞ 떨어진 곳에는 서천군 대표 특산품인 한산소곡주 체험관과 고려 말 학자인 목은(牧隱) 이색 선생 생가가 있다. 갈숲마을 이명원(58) 추진위원장은 “지역 주민들과 공동으로 수익 사업을 창출하고 농촌 체험의 장으로 꾸며 활력 있는 농촌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두부·쿠키 만들기, 연날리기, 방아 찧기, 갈대 체험 안내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체험료는 6000∼1만원이다.

서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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