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비 흥청망청] 비리 막을 대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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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문가들은 국가 연구과제를 선정할 때부터 최종 평가할 때까지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연구과제를 선정할 때 정부부처간에 협조해 중복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연구현장을 직접 보고 점검하는 경우가 드물어 연구계획서를 교묘히 바꾸면 중복 지원을 적발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경련 정진호 박사는 "범부처차원에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현장점검을 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모든 부처를 망라해 연구과제 중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과제부터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아직은 부처별 예산을 조정하고, 역점사업을 정하는 정도에 머물러 사업별.과제별 문제점을 일일이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정된 연구과제에 대한 사후감독도 엄격해야 한다. 연구를 열심히 하다가 실적이 안좋은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연구비를 유용하거?연구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는 벌금을 물리는 등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 주승기 교수는 "두루뭉실한 A~E 등급 평가 대신 과제별로 평가의 근거를 명확히 밝힌 평가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전경련 정박사는 "방만한 운영을 막기 위해 연구과제에 연구원 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서울대 홍주봉 교수는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특정과제에 대해 의견을 낼 만한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 이라며 "산.학이 지속적으로 교류해 전문가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송형근 한국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성과가 안나오는 경우 연구비가 깎이기 때문에 그것을 신경쓰다 보면 연구가 더 안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현실" 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오세정 교수는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은 지나치게 대형화하고 있다" 며 "개인 연구자나 신진 연구자를 위한 저변확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단편적인 수술에 그치고 있다.

과학기술부 최석식 연구개발국장은 "연구비 쓴 곳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해 연구비 신용카드제를 도입하겠다" 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신동식 산업기술정책과장은 "1년에 한번씩 평가해온 연구과제를 앞으로는 분기별로 점검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 박윤식 교수는 "과학기술 분야는 연구비 선정과 분배과정이 중요하다" 며 "범부처차원에서 어떤 연구가 우선 필요한지 밑그림을 그리고 추진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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