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대사면 추진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남북이 화해를 하는 마당에... "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일 광복절 사면 계획을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새 천년에 들어서 남북 정상회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민족적 경사(慶事)를 맞아 대대적 사면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면의 개념은 '민족대화합' 과 '인도주의' 라고 설명했다.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은 사면계획을 이날 오전 김대중(金大中.얼굴)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최종 선별안은 다음 주말에 나올 것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3만명이라는 규모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이 될 것" 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보고에서 헌법 상 사면의 고유권한을 가진 金대통령은 주로 듣기만 하고 특별한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 김현철.홍인길 포함=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 고 전했다.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신남북시대의 광복절에 맞춰 "여기서 사소한 것은 모두 털고 가자는 게 金대통령의 생각" 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동안 보류해온 정치인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와 홍인길(洪仁吉)전 청와대 총무수석이 그 대상.

최근 YS는 "나는 현철이 복권에 반대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무척 가슴아파하고 있다" 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현철씨의 복권이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1기 배제원칙' 을 세웠다고 또다른 관계자는 설명했다. 선거법 위반자에게 최소한 국회의원 임기 한번은 쉬게 한다는 의미.

이에 따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건의한 홍준표(洪準杓)전 의원 등 15대 총선 선거법 위반자들도 일단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구비리 관련 정치인과 해당 기업인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시국 공안사범은 두자리=민주당이 시국공안쪽의 사면.복권 대상으로 건의한 인원은 1백20여명. 민가협쪽의 의견을 크게 반영한 내용이다.

그러나 청와대쪽은 '두 자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기결수 30명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해왔다.

따라서 이는 金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남은 부분. 여기에는 영남위사건으로 복역하다 만기출소한 김창현(전 울산동구청장)씨의 복권, 지하철노조 석치순 전 위원장, 민혁당사건으로 재판 중인 말지 기자 김경환씨, 깐수사건 정수일, 강위원.정명기 전 한총련 의장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보안법 위반사범에 대해선 보안법 개폐문제가 어느 정도 윤곽잡힌 뒤 검토할 방침.

◇ 이례적 사형수 감형 검토=사면에 들어간 특별고려대상은 1천명 정도. 나머지는 일반 형사범이다.

특히 민주당에서 건의한 사형수.장기수에 대한 감형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참모는 "남의 나라에도 인도적 조치를 하는데…" 라며 "개과천선(改過遷善)정도를 감안해 감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형수는 현재 40여명에 이르고 있다.

경제사범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상황에서 발생한 생계형 범죄를 거의 털어낸 만큼 일반 형사범에 포함시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