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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맥 캐자" 한국IT업체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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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베이징=홍승일 기자] SK가 지난 5월 말 중국에 파견한 '벤처특공대' 20여명은 두달여 동안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의 대도시를 누비고 있다.

딱 부러진 사업 아이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몸으로 부닥쳐 정보통신(IT)분야의 유망 벤처를 발굴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SK는 이를 위해 관계사의 중국 벤처사업 조직을 종합상사인 SK글로벌 베이징 지사로 한데 모았다.

요즘 베이징 차이나밸리는 이처럼 인구 13억명의 거대 시장에서 황금을 캐려는 한국 기업으로 붐빈다.

LG투자증권 오세웅 벤처사업본부장은 "올 봄 기세가 한풀 꺾인 국내 IT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 보려는 것 같다" 고 풀이했다.

현대.삼성.LG.SK 등 대기업들은 물론 중견 벤처기업.벤처캐피털도 개별적으로 또는 시장 조사단을 구성해 앞다퉈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한국대사관.대한상공회의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베이징 현지 한국지원기관들은 중국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모국 방문객의 발길이 줄?잇고 있다.

지난달 하순 대한상의 벤처조사단을 맞은 양웨이둥 중국전자상거래협회 비서장(사무국장)은 "올 봄부터 중국 시장을 살피려는 한국 기업조사단의 방문을 대여섯 차례 받았다" 고 말했다.

◇ 한국 기업이 달려온다〓7천여개 벤처기업이 밀집한 베이징의 실리콘밸리 격인 중관춘 지구엔 최근 한국 기업인의 발길이 잦아졌다.

중국 진출 컨설팅회사 e차이나센터의 배우성 사장은 "올들어 벤처사업을 탐색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크고 작은 업체가 1천개쯤 될 것" 이라고 말했다.

LG전자.메디슨은 최근 중국 합작법인을 세워 중관춘 안에 곧 준공할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의 2개층을 사들였다.

올 가을께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유망업체를 발굴하려는 LG투자증권의 벤처팀이 지난달 하순 현지를 다녀갔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투자회사 e삼성도 지난 5월 베이징에 e삼성차이나를 설립했다.

전자상거래.보안시스템 등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도 베이징에서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벤처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베이징에 한컴차이나를 설립해 PC방 사업에 나섰다.

이네트는 현지법인을 통해 자사 인터넷 솔루션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중국내 판촉을 강화했다.

쓰리알소프트(메일 서비스).레떼컴(인터넷 카드).영산정보통신(사이버 교육).한소프트넷(PC방).인츠닷컴(포털사이트).e코인(전자화폐).리눅스원(PC 운영체계)등도 베이징에 사무소.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했거나 모색 중이다.

벤처 투자회사인 KTB네트워크는 지난달 도쿄지사를 세운 데 이어 올 가을께 베이징 지사를 설립하기 위한 조사단을 지난달 말 파견했다.

중국내 벤처 투자와 남북한 경협사업을 할 계획이다.

두산 계열의 네오플럭스캐피탈이 최근 중국 투자환경 조사를 마치는 등 군소 창업투자회사도 잇따라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e차이나센터는 베이징의 칭화 대학과 제휴해 현지 인터넷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칭화대 안에 40명을 석달 과정으로 가르치는 IT교육센터를 다음달 초 연다.

◇ 묻지마 성격의 투자 조짐도〓그러나 졸속 진출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국대사관과 대한상의는 중국에 진출한 벤처기업의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현지 한국상회(상의)안에 50여개 한국 벤처기업이 참여하는 한국정보통신(IT)분과위원회를 이달 말 구성할 예정이다.

정부의 길잡이 역할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주중 한국대사관 신정승 공사는 "대사관을 찾는 한국 기업인 가운데 중국시장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무작정 베이징 공항에 내린 듯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절반 정도" 라고 말했다.

구성진 대한상의 베이징 사무소장은 "중국의 벤처산업은 태동기인데다 사업 관련 정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별기업 차원에서 시장을 뚫기 어렵다" 며 "각 분야의 특기를 갖춘 IT업체들이 컨소시엄 등으로 힘을 합쳐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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