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교수는 정년 70세” 서남표의 또 다른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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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책 과학기술대학인 KAIST가 올해부터 유능한 교수의 정년을 사실상 5년 연장해 70세로 늘린다. 우리나라 대학 사상 첫 시도로, 대학가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상위 15%의 우수 교원의 정년을 70세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 정년이 너무 길다는 여론이 많은 가운데 이런 구상이 추진되는 것은 업적이 탁월하고 의욕적인 장년층 교수의 경륜을 살리고, 젊은 교수들에게 자극을 주자는 취지다. 학교 측은 넉 달간 연구검토를 끝내고 이르면 이번 1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장순흥 부총장은 “올해부터 정년 연장을 해 줄 만큼 업적이 뛰어난 교수들을 정년 65세 이전에 선정하기로 하고 조만간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선발 교원은 65세가 되면 일단 정년퇴임을 한 뒤 계약직 신분으로 재임용돼 원하면 70세까지 교수직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는 정년에 관한 교육공무원법과 교원연금 규정 등을 당장 뜯어고치기 어려운 현실을 비켜가기 위해서다. 그는 “우선 KAIST 차원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실질적 정년연장 효과를 거두되 제도 개선은 별도로 청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KAIST의 정규직 교수는 약 550명으로, 15%의 정년이 연장될 경우 80명가량이 65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게 된다.

65세에 재임용되면 계약직이라도 정규직 교수와 다름없는 신분보장과 대우를 받는다. KAIST의 파격적 정년 연장책이 시행될 경우 조기 퇴임을 포함해 교수 사회의 정년 관행 파괴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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