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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스포츠엔 장애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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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5만명 입장, 취재기자 3200명, 수백만명 시청….

▶ 신성식 정책기획부 기자

28일 막을 내린 아테네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쏟아낸 기록들이다. 미리암 윌켄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대변인은 "세계의 약 50개 방송사가 경기를 중계했는데, 이는 새로운 기록이며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이후 재미를 더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패럴림픽은 흥미와 감동의 연속이었다. 장애를 극복한 세계 각국 선수들의 휴먼 스토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100m 달리기에서 꼴찌를 한 아프가니스탄의 14세 의족 소녀, 팔에 탁구와 테니스 라켓을 묶은 독일과 미국 선수, 돈이 없어 하루 세끼 된장국을 먹으며 연습해 금메달을 따낸 한국의 허명숙 선수 등.

필립 크레이븐 IPC 위원장은 폐막식에서 "선수들이 스포츠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관심도 여느 때보다 높았다. 신문과 방송들이 날마다 경기 전적과 함께 선수들의 투혼을 자세히 보도했다. 취재단도 2000년엔 12명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35명으로 늘었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관계자는 "국내 언론이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가질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도 장애인 선수들의 선전에 힘찬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은 과제는 많다.

"장애인 스포츠와 일반 스포츠의 차이를 두지 말라." 아테네에서 만난 우리 선수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장애인 스포츠도 그냥 스포츠일 뿐이라는 것이다. '황연대 극복상(장애 극복상)'을 받은 독일의 라이너 슈미트 선수도 "사람마다 능력 차이가 있을 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장애인 스포츠를 복지 차원에서만 접근하기 일쑤다. 장애인은 못 살고 불쌍하니 동정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장애인을 진정 배려한다면 이런 접근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아테네 패럴림픽은 말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선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성식 정책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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