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일본 바둑의 약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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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32강전
[제2보 (21~41)]
黑.최철한 9단 白.하네 나오키 9단

일본 바둑은 왜 약해졌을까. 우리보다 수백년 전에 전문가들을 키웠고 수많은 노하우를 자랑해온 일본 바둑이 왜 하루아침에 한국에 추월당했을까. 실전을 위한 논리가 어느덧 실전을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본 바둑은 금기가 많다. 오랜 전통 속에서 그들의 관념에는 두어서는 안 되는 수가 너무 많아졌다. 부끄러운 수나 거친 수는 안 되고 모양 사나운 싸움은 아름답지 않아 안 되고…. 기도(棋道)를 추앙하는 그들의 정신 속에는 본받을 점도 많다. 그러나 많은 금기는 결국 스스로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했고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거침없는 한국 바둑에 의해 무자비하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일본 기성 하네 나오키9단은 사나운 한국류를 많이 받아들인 기사다. 그러나 최철한9단의 39, 41은 예측하지 못한 듯하다. 이런 식의 집짓기 행마는 삼류 수법으로 알려져 왔기에 일본의 옛 기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막상 짓고 보니 왼쪽의 세력과 호응한 하변의 실리가 너무 크다.

후지쓰배 우승자 박영훈9단은 38의 나약함을 지적한다. '참고도1' 백1부터 적극적으로 하변을 파고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14의 반격은 어찌할 것인가. 박영훈은 '참고도2'의 변화를 제시한다.

일본 미학은 진흙탕의 급류 대신 맑고 단아한 흐름을 추구한다. 38은 그런 점에서 정수였다. 그러나 이 정수는 39, 41이란 실전적 수법에 격파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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