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JP 골프회동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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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22일 함께 골프를 한다.

만남은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과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부총재 채널을 통해 성사됐다고 한다.

李총재가 지난 13일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을 방문한 뒤 15일 朴부총재를 불러 "추진하라" 고 은밀하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金전대통령은 지난 17일 부산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만찬을 하며 "李총재에게 '총선 후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고 JP를 잡았어야 했다' 고 말했다" 고 밝힌 바 있다.

朴부총재와 金대행은 1993년 당시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에서 대변인과 정책의장으로 비슷한 시기에 함께 일했다. 그때 金명예총재는 민자당 대표 최고위원이었다.

朴부총재의 제의에 金명예총재는 즉각 "오케이" 라며 "은화삼 골프장이 좋겠다" 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 뒤 李총재는 20일 金명예총재가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회장으로 선출되자 "축하하는 난(蘭)을 보내라" 고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李총재로서는 큰 변화다.

李총재는 지난 4.13 총선 기간 내내 金명예총재와 자민련을 "3金정치 청산" 과 "사이비 야당" 이라며 비난했다. 선거 후에는 "양당구도는 총선 민의" 라며 자민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민련은 가만 둬도 올해 안에 없어질 정당" (李총재의 측근)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서는 "국회법 개정안 상정 즉시 국회에서 철수하겠다" 며 초강경 입장을 고집했다.

결국 자민련은 민주당과 공조복원에 나섰고, 한나라당은 16대 국회의장 선거에 패배한 것을 비롯, 각종 표결에서 계속 지면서 정국주도권을 빼앗겼다. 여기에 JP는 이한동(李漢東)자민련 총재를 총리로 보내 양당공조를 한층 더 굳게 했다.

李총재의 '자민련 묵살' 방침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민주당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자 한나라당 내에선 자민련과의 관계재정립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대두했다.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金전대통령의 조언이 李총재가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고 말했다.

朴부총재는 "골프회동 추진과정에서 자민련 교섭단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교섭단체 건은 화제에도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이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나라당 내에선 "JP를 잡으면 대권이 온다. YS도 그랬고 DJ도 마찬가지였다" 며 "거기에 비하면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는 작은 문제" 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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