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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청남대서 국정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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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4일부터 전용 지방 휴양시설인 청남대(靑南臺)에 간다. 휴가 때면 늘 그랬듯 金대통령은 21일 가져갈 도서의 목록을 정리했다.

김재철(金在哲)무역협회장의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 , 피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 사회의 지식경영자' , 레프 게이츠의 '오너십 솔루션' 등이다.

"金대통령이 다듬는 집권후반기 국정관리 이미지에 도움을 줄 만한 책들" 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金대통령은 방학을 맞은 손자.손녀들에게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선물했다.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金대통령은 청남대 생활 1주일을 휴가답게 보낼 것" 이라고 전했다.붕어 낚시를 하고, 청남대 내 과일나무도 돌본다.

金대통령은 여유있게 계획을 짜고 있지만 청와대.민주당 등 여권 핵심부에선 청남대 구상을 주목하고 있다.

청남대 구상의 우선 순위는 남북문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6.15 남북 공동선언이 임기중 최대한 뿌리내릴 방안을 다듬을 것" 이라고 말했다.

휴가 중에도 金대통령은 2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한 장관급 회담 내용을 보고받고 관련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후반기 주요 외교일정은 주변 4강의 지원을 얻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을 중심으로 한 외교 안보 라인의 재정비 문제를 비롯, 대북문제의 효율적인 인적 포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후반기 국정 운영의 축이 남북.외교문제로 넘어감에 따라 8월초로 예상하는 개각도 거기에 맞춰 틀을 새로 짤 계획이다.

국정의 팀별 관리체제도 휴가 중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야별로 내각의 팀을 구성해 팀장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주고 팀장을 통해 국정을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이것은 이번 임시국회에 상정돼 있는 정부조직법에서 경제.인력개발 부총리를 신설하는 것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내각이나 청와대 비서실이 좀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야 하며, 팀워크가 강조된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른바 '케네디식' 정부구조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 비서실장은 통일.외교 이외 분야의 국정에 대해 전반기보다 훨씬 역할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망했다.

또 경제는 재정경제부총리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주어 경제팀을 중심으로 책임지고 이끌게 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경제팀은 4대(금융.노사.공공.기업)개혁을 책임지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선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후반기 여권 지도부 운영 문제의 그림도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5일은 5년 임기 중 절반이다.

후계구도는 내년까지 후보들을 경쟁시켜 특정인에게 쏠리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권력누수(레임덕)현상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지로 보인다.

8.15 경축사에는 이같은 金대통령의 전반적인 구상이 담기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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