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영은이에 1억 '벤처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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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터프트 장병증' 이란 세계적 희귀병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놓인 한살배기 李영은양(중앙일보 7월 10일자, 17일자)이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됐다.

벤처기업인 ㈜패스21의 생체정보기술연구원장 윤태식(尹泰植.47)씨가 20일 1억원에 달하는 영은이의 수술비와 치료비 일체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에 있는 영은이는 생애 최대의 돌(22일) 선물을 받게 됐다.

그는 "일단 21일 5천만원을 전달하겠다" 며 "앞으로도 회사 주주들이 매달 지원해주는 연구비를 아껴 치료비를 꾸준히 보탤 계획" 이라고 말했다.

20일 이 소식을 들은 패스21의 다른 직원들도 모금을 시작했다. 尹씨는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세살배기 막내 여동생이 시름시름 앓았지만 돈 때문에 병원 한번 못 가보고 세상을 떠난 기억이 늘 마음에 걸렸다.

尹씨의 따뜻한 결심은 자신의 무절제했던 지난날에 대한 반성에 터잡고 있다. 10여년 전 영화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유흥비로 탕진하며 세월을 보냈던 그는 1991년 회사 부로도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아들이 수감된 후 생계가 어려워진 어머니가 자신이 돈을 탕진하던 바로 그 호텔에서 잔디밭의 잡초를 뽑는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그의 삶의 자세는 완전히 달라졌다.

고교 중퇴 학력인 尹씨는 해킹 방지 기술 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93년 출소 후 연구에 매진,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정부 지원으로 98년 벤처기업을 차리게 됐다.

그가 개발한 것은 휴대폰에 고객의 손을 대면 땀샘 구조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고 은행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생체 기술. 尹씨의 마음을 전해 들은 영은이 어머니 韓남희(34)씨는 눈물을 쏟으며 "고맙습니다"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터프트 장병증' 은 장점막 이상 때문에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하는 병으로 국내에서는 영은양이 처음으로 걸렸다. 영은양이 수술을 받고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50% 정도라는 것이 의료진의 판단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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