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제목소리 못내는 서영훈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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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8일 오전 민주당사 3층 대표실.

당6역회의에 빠진 서영훈(徐英勳)대표를 대신해 동교동계 실세인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徐대표가 김진호(金辰浩) 전 합참의장 등 10여명의 당 소속 안보위원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진 뒤 태릉선수촌을 방문하느라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선 金총장 주도로 "여야 총무회담이 18일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19일부터 상임위를 단독으로 연다" 는 내용의 대야(對野)강경책이 결정됐다. 徐대표로서는 이같은 결정을 나중에야 보고받고 추인하는 모습이 됐다.

한 핵심 당직자는 "徐대표가 원내 대책보다 당 안팎의 행사 챙기기에 더 열심인 것 같다" 고 말했다. "국회 파행을 수습해야 할 집권당 대표로서 너무 안이한 대처" 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徐대표는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지난 1월 영입됐다. 당에 들어오고 난 다음에도 "우리 국회에서 싸움을 많이 하는데 선진국도 많이 한다.

하지만 방식이 우리는 좀 저질 아니냐고 생각했었다" 고 여야의 정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런 徐대표가 현 상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徐대표를 바라보는 당직자들의 시각은 미묘하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지난 1월 영입된 徐대표를 아직 '정치 초년생' 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이를 반영하듯 徐대표 측근은 "당 역학관계상 (徐대표가) 지금 무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고 말했다.

"그 대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직접 챙기기 힘든 민생현장을 徐대표가 가고 있을 뿐"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회 파행이 시작된 지난 14일 저녁 국회 본회의가 정회된 뒤 徐대표가 다른 의원들보다 일찍 들어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당직자는 "정균환 총무가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총무단회의에서 원내대책 방향을 잡은 뒤 徐대표에게 보고하고 있다" 고 말했다.

鄭총무는 주로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과 전화를 하지만 金대통령에게 직보하는 때도 있다고 한다.

이날 대야 강경책 역시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끌려갈 필요없다. 민주당.자민련.민국당으로 임시국회를 운영한다" 는 청와대측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선 "徐대표가 다음달 전당대회에 자신의 진퇴문제가 걸려 있어 청와대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 는 의견도 나온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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