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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바로잡습니다] “수능 만점자 작년의 3배” 잘못된 분석 그대로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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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회·문화]

“버스기사 신종 플루 추정”
다음 날 환자 아닌 걸로 판명

사진은 신종 플루 백신.

올해 신종 플루가 국내에 막 유입됐을 때 확인되지 않은 사실 보도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보건 당국은 5월 1일 C씨(57)가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환자로 의심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의 직업은 시내버스 운전기사였습니다. 본지를 포함해 언론들은 일제히 “C씨의 직업 특성상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고, 또 C씨와 같은 경로로 감염된 사람이 많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하루 뒤 C씨는 신종 플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가족부 기자단은 감염이 확인되지 않은 추정환자에 대해선 직업을 포함해 일절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올해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서 고득점 학생들은 어느 대학을 지원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받아 든 날(12월 8일) 본지는 1면에 “올해 수능 언어·수리·외국어 만점자는 지난해 490명에서 1500여 명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 지역 고교 진학지도 교사들의 자체 분석 자료를 인용·보도한 것이었습니다. 본지는 심야에 교사들과 직접 통화해 관련 기사를 서울 지역에 배포되는 신문에 실었습니다. 결과는 오보였습니다. 교사들이 만점자 숫자 추산 과정에서 통계를 잘못 분석하는 실수를 한 것입니다.

3월 26일자 1면에는 ‘권철현 주일대사, 박연차 돈 받았다’는 기사를 통해 검찰이 권 대사를 수사 대상에 올려놨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권 대사는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화부는 1996년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만들었던 뮤지컬 제작사의 대표와 투자자가 다시 힘을 합쳐 같은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린다는 내용의 기사를 7월 8일자 35면에 내보냈습니다. 공연 담당 기자는 두 사람의 말만 믿고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국내 첫 라이선스 뮤지컬이라고 썼습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원작사의 기술 지원을 받아 만드는 뮤지컬을 뜻합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뒤 뮤지컬계의 원로 김의경씨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첫 라이선스 뮤지컬은 자신이 94년 말 무대에 올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고 알려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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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제]

싱가포르서 북 김양건 만난 사람, 이기택 아니었다

일부 외신의 만우절 장난 기사는 올해도 본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본지는 4월 2일자 16면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차가 방탄 능력이나 내부 시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용차를 압도한다’는 러시아 일간지 모스크바 타임스의 기사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 일부가 의심스러워 해당 신문사에 확인한 결과 만우절 기사란 답변을 받았습니다. 기사는 곧바로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엔 이 기사를 실은 신문이 배달됐습니다. 평소에도 외신 기사의 사실 여부 확인에 신중을 기했어야 하지만 만우절엔 특히 더 조심했어야 했습니다.

세종시·4대 강 논쟁과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북한의 2차 핵실험 등 올해도 정치·외교적으로 굵직한 이슈가 잇따랐습니다. 민감한 대형 이슈가 많았던 만큼 사실 확인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만났다”고 보도한 10월 28일자 1면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정치권엔 여권의 고위 인사가 남북 정상회담 논의차 싱가포르에서 김 부장과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본지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정부 등 여권 내부 취재 결과를 토대로 민주평통이 비밀회동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포착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 간 사람은 나중에 임태희 노동부 장관으로 밝혀졌습니다. 싱가포르에 갔다는 평통 관계자는 임 장관을 수행한 다른 인물로 확인됐습니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조만간 ‘유라시아 문화 특임대사’에 임명될 것”이라고 보도한 5월 15일자 2면 기사는 이후 정치상황의 변화 때문에 실현되지 못한 경우입니다. 진보진영이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가 임명을 유보했기 때문입니다.

[경제]

2월 “러시아 펀드 파는 게 낫다”
예상 빗나가 올해 112%나 올라

올 2월 국내엔 ‘3월 위기설’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했습니다. 당시 동유럽 국가의 부도 가능성을 경고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보고서가 여러 건 나왔습니다. 일부 보고서는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2월 10일자 E6면에 실린 ‘러시아펀드 파는 게 낫다’ 기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러시아 증시가 회복될 기미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수익률 꼴찌인 러시아펀드 비중을 축소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실제 시장은 그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3월에 바닥을 찍은 러시아 RTS지수는 가파르게 반등했습니다. 러시아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무려 112%를 기록했습니다. 브라질펀드(114%)에 이어 해외펀드 중 수익률 2위입니다. 결과론적으로 그때가 바로 러시아펀드에 투자할 적기였던 것입니다.

4월 13일자 20면 ‘윤곽 드러나는 매물…M&A 큰 장 선다’ 기사도 결과를 잘못 예측한 보도였습니다. 채권단의 대기업그룹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기업을 중심으로 자회사 매각이 늘면서 인수합병(M&A)이 많아질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론 대우건설 등 일부를 제외하곤 매각 기업이 많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 보도 반성합니다

중앙일보는 2009년 한 해도 언론의 책임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실수와 잘못이 적지 않았습니다. 올 한 해 동안 중앙일보의 잘못과 실수를 모았습니다. 독자들에게 제출하는 반성문입니다. 새해에는 보다 정확하고 알찬 신문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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