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핵 제재 강도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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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등 국제사회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란을 추가로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것이라고 LA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란 정부가 반정부 개혁파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강력하고 구체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서방국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재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이란이 핵 협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을 비롯한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독일)은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힘 얻는 대이란 강경 제재론=국제사회가 이란에 제시한 핵 중재안이 수용시한인 연말을 넘길 가능성이 큰 만큼 다음 단계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판단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최근 “서방국가들이 수용시한을 제시했지만 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유엔의 핵 중재안을 연말 안에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 하원은 이란의 핵 개발 중단을 압박하기 위해 새로운 제재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이란에 정유제품을 공급하거나 정유 생산설비를 제공하는 기업은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지만 원유 정제시설이 부족해 휘발유 소비량의 40%를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미 상원도 민주·공화 양당 합동으로 이란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안을 마련하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우리는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벌써 1년을 허송세월했다”며 “최후의 수단인 군사행동에 앞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대통령이 군사적 수단을 요청한다면 준비해야 한다”며 군사적 제재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유엔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도 최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불법적으로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며 추가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데 러시아와 중국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크게 반발=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6일 “이란이 지난해에 비해 10배 강해졌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이란이 불패의 강국이 된 만큼 오히려 이란의 적들이 붕괴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달 중순 사정거리가 2000㎞에 달하는 ‘세질-2’ 미사일의 시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아마드 바히디 이란 국방장관은 “이 미사일은 기존 미사일보다 발사시간이 크게 단축됐고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개량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9월에도 중거리 미사일 ‘샤하브-3’ 등을 시험 발사해 서방국가들의 비난을 샀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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