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세종시, 국가안보 측면도 보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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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세종시를 행정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안을 강구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찬반논리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찬반논리 중 국가안보적 차원의 접근이 없다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세종시의 핵심은 무엇보다 국가안보적 차원의 문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면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세종시 문제는 어떠한가?

먼저 국가위기 시 효율적인 전쟁 지휘의 차원에서 행정기관의 분산은 안 된다는 점이다. 현대전은 국가총력전이다. 민·관·군이 하나로 뭉쳐 전쟁에 임하는 통합방위 개념이 적용된다. 따라서 긴급을 요하는 전쟁상황에 직면했을 때 모든 각료들이 최단 시간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비책을 강구하고 즉각 시행에 옮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이든 대전이든 행정기관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추진했던 수도 이전 계획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포함한 행정기관 전부를 이전하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각료 모두가 서울로 올라와 전쟁을 지휘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전쟁 시 가장 필요한 작전지휘권의 일원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다음은 수도권 절대 사수의 차원에서 행정기관의 지방 분산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한반도 공산화라는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상군 전력의 70%, 해군 전력의 60%, 공군 전력의 40%를 ‘평양-원산’선 이남에 전진배치하고, 스커드미사일을 포함해 각종 장사정포를 휴전선 부근에 배치한 가운데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따라서 군사전략적으로 볼 때 수도의 위치는 휴전선과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안전이 보장된다는 의견도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위치한 수도가 휴전선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결사항전의 의지가 새로워진다. 수도를 적에게 빼앗기면 전쟁이 끝난다는 위기의식은 국민에게 각인되어 필승의 전투의지로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수도인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수도권 절대사수의 의지하에 국민 모두가 굳게 뭉쳐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적이 도발하기 전 선제타격을 가하는 개념을 발전시키는 등 만반의 군사적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전선에서 멀어질수록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 임금이 의주로 몽진함으로써 백성들이 전투의지를 상실했다. 6·25 전쟁 시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서울을 너무 일찍 포기하는 바람에 결국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려야 했다.

이제 우리는 과거와 같은 ‘선형전투’개념이 적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첨단 과학무기가 총동원되는 입체적이고 고속기동전이 전개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적과 맞서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결연한 전투의지를 필요로 한다. 손자병법에 “길이라도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다(途有所不有)”고 했다.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행정기능의 분산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 세종시 문제를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국가의 생존이 걸려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세환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