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운동권 출신 사업가 이철상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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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장 권한대행을 거친 운동권 출신 사업가가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12일 코스닥위원회의 등록심사를 통과, 9월 중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예정인 배터리(축전기) 제조업체 바이어블 코리아이철상(李澈相.34)사장은 "기쁘면서도 좀 혼란스럽다" 고 담담하게 밝혔다.

李사장이 말한 '기쁨' 은 코스닥 대주주로서 누리게 되는 대규모 자본차익임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현재 李사장이 가진 회사 주식은 2백30만주(지분율 34.7%)로 신문에 보도된 주당(株當)발행 희망가 2만4천원(액면가 5백원)으로만 계산해도 5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되는 셈이다.

李사장의 첫 직장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에서 한 달 활동비로 받은 돈이 20만원에 불과했음을 생각하면 그의 '혼란스러움' 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1997년 결혼 후 생활고 때문에 재야단체에서의 활동을 접은 李사장은 말레이시아로 시장조사를 갔다가 우연히 리튬 폴리머 배터리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이것이다' 하고 무릎을 쳤다.

귀국하자마자 직원 한 명만을 달랑 채용하고 시작한 사업이 3년새 연구 인력 11명을 포함, 2백50여명의 임직원을 먹여 살리는 매출액 96억원의 탄탄한 업체로 커졌다.

사업가로서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李사장은 "평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잔꾀 안부리고 꾸준히 원칙을 지키면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다" 고 말했다.

그 원칙이란 ▶회사돈과 개인돈을 구분하고 ▶항상 근검절약하며 ▶현금 흐름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바이어블 코리아' 란 회사 이름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생명력 있는(viable) 한국' 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겨져있다.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망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벤처 정신도 포함했다고 李사장은 귀띰했다. 이 회사의 사훈(社訓)은 '최고의 기술 창조, 의리있는 공동체' . 속뜻은 유통.서비스업이 아닌 기술력 있는 제조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과 한번 입사한 직원은 해고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닷컴사업과 구조조정이 유행어가 돼 버린 요즘 시대에 역행한다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조업만이 실제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고용 안정이 팀웍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

글=서경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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