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교수 조계종 표창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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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리영희 한양대명예교수가 6.25 전쟁 당시 신흥사의 문화재 소실을 막아낸 공로를 인정받아 50년만에 조계종으로부터 표창장을 받는다.

리교수는 불교계 주간신문인 법보신문 1996년 12월 4일자에 쓴 '내 젊었을 적 잘한 일 한 가지' 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참전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 불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리교수는 한국군 보병 중위로 참전, 50년 초겨울 동해안을 따라 38선을 넘어 신흥사에 이르렀을 때 사병들이 추위를 견디기위해 불을 피우는데 경판(經板.불경을 새긴 목판)을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 리교수는 상관에게 이를 보고하고, 중지시켜줄 것을 요청해 경판의 훼손을 막았다.

리교수는 칼럼에서 "38선 이북에 있던 것은 모두 노획과 처분의 대상으로 생각했기에 병사들이 경판을 마구 부숴 땔감으로 썼다. 나는 불교신도는 아니었지만 귀중한 문화재를 훼손해선 안된다는 정의감에 이를 막고자 했다" 고 밝혔다.

리교수 덕분에 보존된 경판은 은중경(恩重經).법화경(法華經).다라니경 등인데, 한자.한글.범어 등 세가지 언어로 세겨진 희귀본으로 국내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교수는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총재 정대 스님)가 주관하는 '만해상' 의 실천상부문 수상자로 8월9일 백담사에서 상을 받는 자리에서 표창장도 함께 받는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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