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정부 '당근' 될까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이 시행 석달째를 맞고 있다. 지난 4월 17일 발효된 이 법은 민간단체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정 대상도 소수인데다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시민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소지가 커 명목뿐인 지원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원대상에 선정되지 못한 단체는 도움될 것이 없는 법이라는 불만도 있다.

◇ 직접지원보다 간접지원을〓전국의 3백40개 단체가 4백32개 사업의 보조금 지원을 행정자치부에 신청했다. 그러나 1백51개 단체 1백95개 사업에 75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지자체도 역시 75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대다수 단체들은 정부가 시민단체의 특정 사업에 보조금을 주기보다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간접지원 형태를 바라고 있다.

현행대로는 1년 단위로 지원 대상이 선정되기 때문에 재정 형편이 어려운 시민단체들은 짧은 시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이벤트성 사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활동 감시 등 심사에서 탈락할 게 뻔한 사업은 스스로 기피하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경실련.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의 주요 단체들은 지원 대상 공모 참여를 아예 거부했다.

현재 간접지원은 '조세특례제한법 및 기타 세법에 따른 조세 감면' 과 우편요금 할인이 골자다. 조세감면은 아직까지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우편요금 25% 감면이 현재까지 유일한 지원인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주요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은 인터넷.전화 등의 통신비용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 자발적 기부문화 제도화해야〓정부가 나서서 돕기보다 자원봉사와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입장이다.

경실련 박병옥(朴炳玉)정책실장은 "시민단체에 내는 기부금은 아직까지 소득 공제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면서 "시민단체가 정부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신하고 있는 만큼 시민단체 기부금에 소득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행정자치부 민간협력과 고영길 과장은 "소득공제의 경우 건전한 민간단체를 선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당장은 어렵다" 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