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레이딩 급증, 장세 분석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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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하루에도 수십번씩 주식을 사고 파는 데이 트레이더가 급증하면서 과거 주가.거래량 자료를 토대로 미래를 전망하는 기술적 분석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데이 트레이딩으로 거래량에 거품이 낀 데다 주가 움직임도 훨씬 빨라져 기존의 분석틀로는 증시 움직임을 설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 무색해진 기술적 분석〓지난 11일 사상 최대 거래량과 함께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선 게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6월 12일 845를 기록한 이후 한차례 조정을 받고 7월 초부터 거래량이 꾸준히 늘면서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모양이 나타나면 대개 전고점(845)을 돌파하는 게 과거 주가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반대로 11일과 같은 '장대음선(長大陰線)' 이 나타날 경우 며칠간 조정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12일에는 장중 조정만 받고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 거래량 거품 주의해야〓이처럼 기술적 지표가 잘 맞지 않는 이유는 거래량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거래량이 꾸준히 늘어난 것도 코스닥에서 활동하던 데이 트레이더들이 거래소의 금융.건설주로 옮겨왔기 때문이란 얘기다.

결국 거래량만 뻥튀기 됐을 뿐 시장 에너지는 전고점을 돌파할 만큼 충전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LG투자증권 김정환 책임연구원은 "최근 거래량의 50~60%는 금융주에 집중됐다" 며 "이는 상당부분 데이 트레이딩으로 부풀려진 것인 만큼 이를 그대로 기술적 분석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고 지적했다.

어떤 가격대에 얼마나 매물이 있나를 보여주는 매물벽 지표도 이런 의미에서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우증권 신성호 부장은 "최근 종합주가지수 800선 근처에서 대량 거래가 이뤄져 악성 매물이 정리된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이같은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데이 트레이더간에 주고받은 물량일 가능성이 커 매물벽이 얇아졌다고 섣불리 해석하기 어렵다" 고 설명했다.

◇ 짧아진 분석기간〓현대증권 투자전략팀 박문광 차장은 "최근 데이 트레이더들은 일별 차트는 거의 안보고 1분 차트를 주로 이용한다" 며 "이 때문에 각종 기술적 분석지표도 1분 차트에 적용해보는 게 낫다" 고 말했다.

그만큼 주가나 거래량 지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 분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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