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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틴틴] 교과서보다 쉬운 세포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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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보다 쉬운 세포 이야기
쿠로타미 아케미 지음, 최동헌 옮김
푸른숲, 259쪽, 9800원

생물학 하면 맨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중·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실감하겠지만, 생물학은 유독 외울 것이 많은 분야이다. 교과서를 펴자마자 의미도 잘 와 닿지 않는 생소한 용어들이 눈에가득 들어오는 순간, 어지간한 사람은 질리게 마련이다. 물론 생물학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독자를 위해 대개 친절하게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인다. 그래도 역시 알 듯 모를 듯한 용어로 가득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생물의 기본 구성 단위라고 말하는 세포라고 예외일 리 없다. 세포를 점점 더 잘게 쪼개어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은 파고들면 들수록 오묘함을 느끼겠지만,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외울 것이 더 늘어난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하지만 초등학교 때 자연 관찰을 하면서 누구나 느꼈겠지만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이 생물학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재미를 새롭게 다시 맛보려면 질릴 정도로 높이 쌓인 용어들의 담을 넘어야 한다. 『교과서보다 쉬운 세포 이야기』는 그 담을 쉽게 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세포에 관한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있다. 세포를 누가 발견했으며 세포의 모양과 종류는 어떠한지 세포가 하는 일과 세포 속은 어떻게 생겼는지를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은 이야기를 나누듯이 때로는 대화를 곁들여가면서 쉽게 설명해 나간다. 재미있는 삽화와 ‘잠깐 쉬어 갈까요?’ 항목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손오공이 머리카락을 한 줌 뽑아 입김을 불면 머리카락들이 순식간에 모두 손오공으로 변하므로 손오공의 머리카락 세포는 모두 줄기 세포라는 기발한 착상이 한 예다. 또 달걀은 하나의 세포이지만 귤 안에 든 길쭉한 알갱이는 여러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콜레스테롤이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포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등 연관성을 놓치고 지나갈 만한 사항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박사와 스님· 동물들이 등장해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 동시에 절로 웃음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 강연’도 읽을 만하다. 10년 전에 옛 소련의 우주 정거장 미르를 방문한 일본 청개구리 이야기나 불로불사의 의미를 다루는 이야기가 그렇다.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고 해도 많은 용어들이 부담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른다. 이 책에도 무려 31쪽에 걸쳐 용어 설명이 실려 있다. 물론 세포에 관한 용어를 다 모으면 그보다 수백 배는 더 많으며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세포는 신비와 수수께끼를 간직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쉽게 풀이한 책들이 늘어날수록 세포에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이 일본 번역서라는 점은 아쉽다. 사실 일본은 쉬운 과학책들을 내는 전통이 있는 나라다. 이 책도 그런 전통을 따르고 있다. 예전에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청소년들이 읽은 문고판 과학 교양서들은 대부분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이었다. 과학 수준이 뒤처져 있던 당시에는 그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이제는 우리 저자가 쓴 쉬운 과학책들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한음(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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