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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말말말] 노무현 전 대통령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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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말은 술과 같다. 적절히 잘 쓰면 삶을 매끄럽게 해 주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어지러운 말보다 가슴을 울리는 그윽한 말씀이 더 많은 새해를 기원하며, 2009년 한 해를 사람들의 말말말로 정리해 본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 소속 여객기와 구조되고 있는 승객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고 김수환 추기경. [중앙포토]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5월 23일 컴퓨터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

◆“이젠 모두가 서로 용서해야 할 때입니다.”=올해 1월 일어난 서울 용산 사건에서 숨진 고 김남훈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55)씨, 본지 인터뷰에서(김씨는 “보상 없이 내몰리는 심정, 같은 없는 사람으로서 안다”며 유족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미모로 세상을 지배했지만 나는 실력으로 골프계에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싶다.”=골프선수 서희경씨, 11월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며(서희경은 KLPGA에서 상금왕·올해의 선수·최저타수상을 휩쓸었다).

◆“한국에서 경기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김연아 선수, 일본 그랑프리 파이널을 마친 뒤 한국 팬들의 과열 응원 문화를 지적하며.

◆“등 뒤에 달라붙은 원숭이를 떼어 버린 것 같다.”=한국계 미국 골프선수 미셸 위, 11월 16일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첫 승을 거둔 뒤 소감을 밝히며.

◆“온 우주의 기운이 KIA를 돕고 있다.”=조범현 KIA 감독, 10월 16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덜어 주기 위해 한 말. KIA는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됐다.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loser: 패배자),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남자) 키가 1m80㎝는 돼야 한다.”=11월 9일 KBS-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한국 여자 대학생(이 학생은 그 뒤 네티즌에 의해 개인 정보가 줄이어 공개되는 등 사이버 테러에 시달렸다).

◆“경찰 버스가 막아 주니 분향하는 데 오히려 더 아늑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주상용 서울경찰청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 분향소가 만들어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주변을 경찰이 차벽으로 막아 국민장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자 5월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은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이명박 대통령, 5월 5일 식목일 행사 중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며.

◆“아직도 배가 고프다. 2012년부터 디지털 가전 분야의 골든 에이지(황금기)가 온다. 삼성전자 완제품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키울 절호의 기회다.”=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딛고 올 2분기 금융위기 이전의 영업 실적을 회복한 뒤 자신감을 보이며.

◆“글로벌화란, 건너온 다리를 폭파하는 것과 같다. LG전자의 글로벌화 작업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남용 LG전자 부회장, 외국인 임원의 공격적인 영입을 중단할 수 없다며.

◆“저 때문에 닫힌 길, 41년 만에 열렸습니다.”=1968년 남한에 침투했던 간첩 김신조씨, 10월 24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 ‘북악산 루트’ 제2 코스를 본지와 단독 동행하며 .

◆“불의와 부정부패에 대한 투쟁은 계속돼야 하고 이것이 검찰의 존재 이유다.”=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7월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하면서.

◆“국민에게 차가운 청진기를 댈 것인가, 따뜻한 청진기를 댈 것인가가 검찰의 화두다.”=김준규 검찰총장, 9월 29일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전국검사장회의에서 검찰이 스스로 변모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는 법률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세력과 악법은 도저히 법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다.”=김용담 전 대법관, 9월 퇴임 회고록 『판결 마지막 이야기』에서 “겸손한 자세가 필요한 시대”라며.

◆“정권 교체기의 검찰총장은 정말 골치 아픈 자리다. 이쪽 저쪽에서 흔들어 대고, 자리에 연연한다는 오해를 받는 치욕까지 감내해야 한다.”=임채진 전 검찰총장, 6월 5일 퇴임식 직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표를 내고 나니까 가슴속에 꽉 막혔던 것이 탁 터지는 것 같았다”고 심경을 토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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