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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스포츠 2009] 그대들은 세계를 쥐고 흔들었다, 그대들 있어 우리는 크게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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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들이 있어 2009년이 행복했다. 2009년 한국 스포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상적인 명승부가 많았다. 대형 스타들도 쏟아져 나왔다. 3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과 김연아의 세계피겨선수권 우승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통쾌한 스포츠 소식이 이어졌다. 2009년 스포츠를 인물로 되돌아봤다.

김연아
피겨 5개 대회 연속 1위

김연아는 2009년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피겨 여왕’으로 공인받았다. 특히 007 본드걸이 되어 총을 쏘는 쇼트 프로그램 연기는 세계의 피겨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중앙포토]

2009년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김연아(19·고려대)의 독무대였다.

김연아는 2월에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3월 세계선수권대회,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 11월 그랑프리 5차 대회, 12월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올해 참가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여자 선수 최초로 200점대를 돌파했고(207.71점),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는 210.03점으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김연아의 오랜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가 올해 성적이 급락하는 등 경쟁자들의 동반 부진까지 더해져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양용은
골프 메이저 대회 우승

양용은(37)의 ‘한 방’에 호랑이가 쓰러졌다. 양용은은 8월에 열린 PGA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극적으로 꺾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양용은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골프사를 새로 썼다. 대회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우즈와 맞붙은 양용은은 14번 홀(파4) 칩샷 이글에 이어 18번 홀(파4)에서 우승을 자축하는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던 우즈의 ‘역전불패’ 신화가 무명의 양용은에 의해 깨졌다는 사실이 더욱 극적이었다. 양용은의 우승은 미국의 CNN SI가 선정한 ‘최근 10년간 가장 위대한 스포츠 이변 베스트10’에도 뽑혔다.

한국 축구
7회 연속 월드컵 진출

축구 대표팀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북한·이란·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속한 ‘죽음의 조’에서 4승4무(승점 16점)로 당당히 1위에 오르며 가장 먼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7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전 세계에서 한국 외에 5개 나라밖에 이루지 못했으며,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최초로 달성했다. 이뿐만 아니라 ‘죽음의 조’에서 한국과 함께 북한이 본선에 진출하며 남북 동반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와 16강을 다투게 됐다.

신지애
한국인 첫 LPGA 상금왕

신지애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도 통했다. ‘골프 지존’ 신지애(21·미래에셋)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데뷔한 2009년에 3승을 거두면서 다승 공동 1위에 올랐고, 상금왕까지 차지했다.

신인왕도 신지애 차지였다. LPGA투어에서 수많은 한국 선수가 활약했지만 상금왕을 차지한 건 신지애가 처음이다. 신지애는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1년 만에 신인상과 상금 1위를 휩쓸었다. 신지애는 올해의 선수 자리를 두고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마지막 대회에서까지 경쟁했지만 이 상은 간발의 차이로 오초아에게 넘어갔다. 대신 미국골프기자협회(GWAA)가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여자선수상을 받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 야구
WBC 준우승 쾌거

야구 대표팀

야구대표팀이 있어 3월 한 달이 즐거웠다. 제2회 WBC 대표팀은 김인식 감독이 우여곡절 끝에 짐을 떠맡듯 사령탑을 맡았고, 박찬호·이승엽 등 주요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 합류를 고사하면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인 젊은 선수들이 조직력과 패기로 선전을 거듭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숙적 일본과 결승전을 포함해 다섯 차례나 맞대결을 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매번 명승부를 연출했다. 일본전 선발로 호투한 봉중근(LG)은 ‘봉중근 의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일본전 관련 각종 패러디물이 인터넷을 휩쓰는 등 야구가 국민적인 인기와 화제를 몰고 다녔다.

KIA 타이거즈
한국시리즈 우승

KIA

WBC발 야구 붐은 국내 프로야구까지 이어졌다. 2009년 프로야구는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592만5285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2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총수익은 3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전통의 명가 KIA 타이거즈의 선전은 프로야구 흥행 열풍에 불을 붙였다.

KIA는 해태 타이거즈 시절인 97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SK와 벌인 한국시리즈는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KIA는 최종 7차전에서 6회까지 1-5로 끌려가다가 5-5로 따라붙은 후 9회 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극적인 승부에 우승 순간 그라운드와 관중석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장미란
세계신 세우며 세계역도선수권 4연패 위업

장미란이 11월 28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용상에서 187㎏을 들어올려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오른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고 있다. 장미란은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했다. [중앙포토]

장미란(26·고양시청)이 역사상 가장 강한 ‘여자 헤라클레스’로 인정 받았다.

장미란은 11월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75㎏ 이상급) 우승으로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세계 여자 역도 사상 처음이다. 장미란은 용상 마지막 시기에 187㎏을 들어올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웠던 자신의 세계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장미란은 “다시는 한국에서 세계선수권이 안 열렸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안고도 이를 극복해냈다. 네티즌은 장미란에게 “강한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면서 ‘장미(rose)’에 비유한 ‘로즈란’이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정리=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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