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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66> 포뮬러1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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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내년 10월 22일부터 3일간 전남 영암에서 국내 처음으로 포뮬러1(F1) 경주가 열린다. F1은 시속 300㎞를 넘나드는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경주를 넘어선 첨단 기술과 레이싱팀 운영의 경연장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F1 대회는 월드컵·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빅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지만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F1 대회에 대해 알아보자.

김태진 기자

한국은 그동안 세계 자동차 생산 5위인 위상에 걸맞지 않게 F1과 인연이 멀었다. 1997년 세풍이 전북에 F1을 유치했지만 외환위기로 대회 개최를 접어야만 했다. 이후 F1을 운영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한국을 등한시해 왔다. 한국은 국제 스포츠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는 강국의 면모를 살려왔지만 유독 모터 스포츠는 불모지였다. 이번 F1 개최는 국내 모터 스포츠 산업이 부흥할 전기가 될 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규모와 경쟁력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도 된다는 점에서 무형의 경제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내년 10월 영암서 국내 첫 대회 … 1만7994명 고용 효과

F1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경주다. 1950년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첫 레이스가 열린 이래 올해로 60년을 맞은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 스포츠다. F1은 FIA가 주최하며 유럽·아시아·중동·남미·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경기가 개최된다.

챔피언은 매 경기의 득점 합계로 결정된다. 시상은 드라이버와 참가팀(콘스트럭터스) 챔피언십으로 나뉜다. 내년에는 한국과 캐나다가 개최국에 추가돼 총 19경기가 펼쳐진다. 팀은 14개, 드라이버는 28명이 경합한다. 연간 누적 관객은 300만 명 이상이며 매년 대회 운영자금은 30조원에 달한다. 대회를 TV 중계하는 국가는 184개국, 시청 인구는 5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스폰서 기업은 2006년 202개에서 수십 개가 빠졌다. 이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년 F1은 그간 유럽에 집중됐던 것에서 탈피, 총 19경기 가운데 10경기가 비유럽권 국가에서 펼쳐진다.

코리아 F1 대회는 내년 시즌 19개 대회 중 17번째로 열리게 돼 시즌 챔피언이 한국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또 5차례 열리는 아시아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고 최대 규모인 13개 팀 26명의 드라이버가 참가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한국의 대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 유발 1조8055억원, 부가가치 유발 8604억원, 고용 유발 1만7994명으로 전망된다.

포뮬러1(F1) 대회의 1년 운영자금은 30조원에 달하고 TV 시청 인구는 184개국에 걸쳐 5억 명으로 추산된다. 내년 10월에는 전남 영암에서 국내 처음으로 열린다. 사진은 헝가리에서 열린 F1 대회. [중앙포토]

차량 제조기술 70%, 드라이버 기량 30%로 판가름

자동차 기술의 결정체로 불리는 F1 규정은 매년 조금씩 바뀐다. 전년 우승한 팀에 유리하게 하기보다는 후발팀이 유리하도록 룰을 바꾸는 것이다. 기술 경쟁을 통해 레이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F1 팀들은 규정에 맞는 레이싱카(F1에서는 머신이라 부른다)를 새롭게 개발하면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여야 한다. F1은 말 그대로 포뮬러(공식)에 따라 차량을 엄격히 규제하고 각 조건에 맞는 차량이 레이스를 펼쳐 순위를 다투는 스포츠다. 따라서 드라이버의 운전 기술보다는 자동차 업체의 머신 제조 기술에 따라 상당 부분 순위가 바뀐다. 보통 F1에서는 우승을 다툴 때 머신 70%, 드라이버 기량 30%로 따진다. 물론 팀 운영과 전략도 승부에 중요한 요소다.

F1 머신의 엔진은 배기량 2400㏄로 각도가 90°인 V8기통을 쓴다. 최고시속은 330∼340㎞ 정도 나온다. 이 경주차는 특이한 날개를 여러 개 달고 있다. 그 이유는 차체가 날지 못하게 다운 포스(아래로 누르는 힘)를 주기 위해서다. 자동차는 보통 시속 250㎞가 넘어가면 비행기처럼 부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F1 머신은 빨리 달리는 기능도 중요하지만 급격한 코너를 재빨리 돌기 위해서는 차체를 눌러주는 ‘다운 포스’가 관건이다. 올해도 이런 기술 규정이 지난해보다 강화됐다. 따라서 F1 팀들은 경기장 조건에 알맞은 에어로다이내믹스(공기 역학) 기술을 접목한 날개를 개발해 사용한다.

국회 지원법 통과, 3400억 들이는 경주장 공정률 65%

국회는 올해 9월 ‘F1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지원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국내에서 사상 최초로 제정된 자동차 경주 관련 법안이다. 이에 앞서 금융권도 F1 경주장 건설에 필요한 1980억원 규모의 민간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했다.

F1 경주장은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65%의 공정을 넘겼다.

경주장은 118만m²에 조성 중이며 3400억원이 투입된다. 1만6000명을 수용하는 그랜드 스탠드는 아파트 10층 높이인 38m, 길이 340m로 건설되고 있다. 1.2㎞의 직선구간을 포함해 5.615㎞의 서킷(자동차 경주 도로)을 갖추고 있다.

한국전은 F1 아시아 투어의 대미다. 2010년 시즌 후반인 17번째 경기로 열려 한국에서 시즌 챔피언이 결정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전 참가팀 수는 14개 팀으로 잠정 확정됐다. 새로 참가하는 팀은 마노·캄포스·US F1·로터스F1 등 네 팀이다. 한편 F1을 한국에 유치하는 데 일조를 한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정영조 회장이 이달 초 FIA 산하 F1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선출됐다. 정 회장은 F1 한국 그랑프리 운영법인인 KAVO 대표를 맡고 있다.

2004년 대회 유치한 중국, 경제 효과 2억 달러 추산

영국 버밍엄의 시골 농촌 지대였던 실버스톤은 1950년 F1을 유치해 전 세계 모터 스포츠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실버스톤은 경주장 운영과 이벤트 유치를 통한 고용 효과만 8100명에 이른다. 말레이시아는 90년대 초 국제사회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비전 2000’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선도 사업으로 서킷을 만들어 99년 F1을 유치했다. 이후 매년 5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F1을 보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입국한다.

중국도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상하이에 20만 명이 입장할 수 있는 대규모 대형 경주장을 건설, 2004년 F1을 유치했다. 2007년 상하이 F1의 경우 27만 명이 입장했다. 입장권 판매수익 3000만 달러, TV 광고와 중계권 수입 5000만 달러, 관광 수입 7500만 달러 등 경제 유발 효과가 2억 달러로 추산됐다.

국내 기업 가운데 F1 팀에 스폰서로 참가했던 회사는 한진해운이 유일하다. 한진해운은 2007년까지 매년 100억원 정도를 F1에 투자하고 400억원이 넘는 미디어 노출 효과를 봤다.

2009시즌엔 중하위권이던 브라운GP 종합우승

올해 F1은 절대 강자가 없는 한 해로 마감됐다. 개막 직전 혼다팀을 인수한 브라운GP가 돌풍을 일으키며 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강자로 군림했던 페라리와 맥라렌이 힘도 써보지 못하고 우승 대열에서 탈락한 것은 흥행과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재미를 반감시켰다.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브라운GP와 레드불은 지난해까지 중하위권이었다. 드라이버 우승은 브라운GP의 젠슨 버튼이 차지했다. 2위에는 레드불의 세바스찬 베텔이 올랐다.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높은 버튼은 개막전 호주 그랑프리(GP)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승을 거두며 파란을 예고했다. 이후 이어진 일곱 경기에서 6승을 쓸어 담았다.

금융위기로 업체·스폰서 줄줄이 빠져

올 초 금융위기 여파로 F1의 강자였던 혼다가 철수한 것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BMW·도요타마저 F1 참가를 포기했다. 더구나 F1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는 스폰서 업체인 일본 브리지스톤마저 내년을 끝으로 F1에서 철수한다. 이미 2000년대 초 포드와 재규어가 F1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내년 F1에 남을 자동차 업체는 벤츠·페라리·르노 세 팀뿐이다. 고유가와 금융위기로 친환경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부상하고 소형차가 만능인 시대에 F1은 더 이상 자동차 업체의 마케팅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심정택(자동차 평론가)씨는 “레이스뿐 아니라 치열한 기술 경쟁으로도 인기를 모았던 F1이 주요 자동차 업체의 불참으로 이제는 모터 스포츠를 좋아하는 유럽인의 축제로 전락할 위기”라며 “자동차 업체의 철수는 흥행의 악재가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빠지고 2007년 미국마저 F1 개최국에서 철수하자 FIA 산하 F1경기협회(FOMA)는 신흥시장인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아시아 개최국은 일본이 유일했고 99년 이후 말레이시아가 가세했다. 2004년 중국에서 처음 F1이 열린 데 이어 2008년에는 싱가포르도 개최국으로 참가했다. 내년 한국에서 F1이 열리면 일본·중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더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모여 있는 아시아 레이스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2011년 중국이 막대한 대회 비용을 이유로 F1 개최를 포기하겠다는 조짐이 보이는 데다 도요타·혼다가 빠진 일본도 대회 스폰서를 구하기 어려워 개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이럴 경우 관중과 수억 명에 달하는 TV 시청자 감소가 이어지면서 매년 수백억원을 스폰서비로 내야 하는 글로벌 기업의 불참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기업은 LG전자가 지난해 수백억원을 내고 F1 공식 스폰서를 따냈다. 올해 경기마다 LG전자 로고를 노출시켰다.



☞KAVO(Korea Auto Valley Operation)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 운영법인이다. 2006년 F1 한국 유치 확정과 함께 설립된 KAVO는 현재 전라남도·전남개발공사·SK건설·신한은행·농협·광주은행·엠브릿지홀딩스 등 7개 기관과 기업이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다. 자본금은 600억원으로 F1 경주장 건립과 운영을 담당한다.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미국 AAA, 일본 JAF, 독일 ADAC 등 200여개국 자동차 관련 조직을 회원으로 거느린 유엔 협력 국제기구로 자동차 경주의 룰을 만드는 단체다. 독일·영국·프랑스 등 주로 유럽 자동차 선진국들의 발언권이 세다. 모터 스포츠와 관련해 메이커를 상대로 한 각종 인증, 모터 스포츠 규정 제정, 친환경 기술개발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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