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첩보전쟁] "DJ·JI 리무진 대화 캐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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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이 첩보위성 등으로 쌓아온 방대한 기술정보를 DJ가 수집한 인적정보가 압도했다. "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뀐 한반도 정보 환경을 서울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9일 이렇게 평가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수행팀이 2박3일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직접 접촉하며 얻은 인적정보(Humint)의 위력이 한반도 정보 지도를 변화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한반도 4강 외교의 주도권이 우리쪽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 라고 설명했다.

◇ 한.미 정보력 역전〓북한 정보에 관한한 세계 최대의 보고(寶庫)는 단연 미국이다. 최소한 평양회담 이전까지는 그랬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수십년간 첩보위성.고공정찰기를 이용한 대북한 기술정보(Techint), 감청 등 신호정보(Sigint)는 질과 양에서 엄청나 우리측은 여러 부분에서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탈출한 실력자들이 주로 미국을 망명지로 택한다는 점도 미국이 대북 정보 우위를 과시할 수 있었던 소재였다" 고 분석했다.

그러나 평양 정상회담 이후 "한.미의 정보력이 역전됐다" 는 그의 단언이다.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정보수집전의 선두에서 분주히 뛰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동아시아 담당 IO(정보원)들을 증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의 정보전〓각국의 정보원들이 집중적으로 캐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우리측의 평가다. "김정일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런 평가의 근거는 뭔가" "평양에 다녀온 뒤 과거와 달라진 김정일 정보는 어떤 것들인가" 등이다. 미국의 경우 IO들 외에도 주한미군.학자 등도 경쟁적으로 나섰다는 우리측의 관측이다.

북한과의 수교를 앞둔 일본 역시 마찬가지. 북한의 미사일 문제, 일본인 납북사건 등 현안이 있다. 총리실 산하 내각조사실과 법무성의 공안조사청이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국가안전부, 러시아의 연방보안국(FSB)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주재 기존의 대사관 차원에서 벌이던 통상적인 정보수집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김석현.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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