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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데모' 논란 격화] 이명박시장 "나를 잘못 건드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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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당이) 수도 이전 반대 여론 확산을 막으려면 서울시장을 제압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를) 잘못 건드렸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24일 여권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서울시가 수도 이전 반대를 위해 관제데모를 했다'며 이 시장을 겨냥해 연일 맹공세를 취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정부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추석 이후 열릴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와 이 시장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래서 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싼 여당과 한나라당의 공방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이날 청계천 복원공사 현장을 둘러보던 중 기자들에게 "수도를 빼앗기는데 시장이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으면 시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예산은 시 의회 소관이니까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수도 이전 반대 운동에 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시장은 "세금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걷힌다"며 "정부가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국민의 세금을 걷어다가 수도 이전 홍보에 쓰고 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가 누차 공무원들에게 지금 같은 시기에 절대로 (수도 이전 반대 운동엔)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공무원들이 동원되겠느냐"면서 여당의 '관제데모'주장을 부인했다.

한나라당도 지원사격을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권이 야당 출신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을 탄압하기 위해 마각을 드러냈다"며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국민 저항을 힘으로 누르고 야당 단체장을 길들이려는 비열한 행태를 보인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보내진 '굴비상자'수사에 대해서도 "집에 배달된 현금을 자진 공개하고 수사를 요구한 미담의 주인공인데 마치 무슨 약점이라도 있는 듯 수사방향을 틀어 (당국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야당 단체장 탄압 진상조사단'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해 달라"는 이 시장과 안 시장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여당의 서울시 관제데모 공세는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이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것과 함께 잠재적 대권주자인 이 시장을 흠집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짙다"고 분석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국정감사에서 '관제데모'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영춘 서울시당 위원장은 "행자위 국감 등을 통해 이 시장이 공무원 조직을 동원하고 예산을 불법 전용한 사실 등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장영달 '관제데모 진상조사위'위원장도 "서울시장과 구청장 등이 국민 세금을 나눠 써가며 조직적으로 수도 이전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은 국법에 전면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이 시장을 국회 행자위.정무위의 국감 증인으로 요구한 것을 비롯,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홍사덕 전 원내총무까지 국감의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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