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쿡 의학 소설 '6번째 염색체'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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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적도 기니. 중앙아프리카의 한 외딴 섬나라인 이곳에서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 '젠시스' 의 극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로빈 쿡의 의학 스릴러 신간인 '6번 염색체' 는 이렇게 시작한다.

장기 이식시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미국 부유층의 돈을 받아 추진되는 프로젝트는 '인간과 염색체가 가장 흡사한 동물' 을 양산해 내는 작업. 원리는 알고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인간 유전자의 23쌍 염색체 중 6번째 염색체를 '보노보' 라는 영장류 동물의 수정란에 심어 '복제 보노보' 들을 만들면 된다.

소설은 로빈 쿡 만의 날렵한 솜씨대로 빠르게 펼쳐 진다. 이 보노보 들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한 마피아 보스가 어느 날 암살되는 것이다.

그랬더니 웬 걸, 그의 주검이 부검 직전 검시소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사건이 꼬여간다.

비밀을 찾아나서는 주인공은 뉴욕 검시소의 잭과 로리. 그들이 뛰면서 놀라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진다.

의학 스릴러는 로빈 쿡이 개척했던 득의의 장르. '6번 염색체' (원제 Chromosome 6, 열림원)는 그의 무려 18번째 소설에 해당한다.

날렵한 문체도 여전하고 풍부한 의학지식들을 녹여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그만의 장기도 전혀 녹슬지 않았다.

또 있을 수 있는 재앙을 최대한 부풀리는 방식을 통해 생명존중과 도덕성에 대한 호소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전개 또한 설득력이 있다.

당연하다. 얼마전 인간 유전자 지도의 규명에서 보듯 유전공학의 발빠른 전개는 인간복제가 먼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복제는 생명연장의 꿈을 보여주는 듯 싶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에 없던 도덕적인 이슈를 던져주고 있다.

이를테면 장기 채취를 위해 양성된 복제인간들의 처리문제. 필요한 장기를 적출해낸 뒤 생명이 있는 이들(이를테면 소설 속의 '보노보' 들)을 어떻게 용도폐기할 수 있을 것인가.

소설 속에도 잭과 로리는 유전자 조작이 된 보노보들이 격리 양육되는 장소를 보여준다.

프렌체스카 섬, 그것에는 놀랍게도 유전자가 인간과 유사해진 보노보들이 자체적으로 사회를 이루고 인간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흡사 원시인류 사회가 형성된 것이다. 충격이다. 로빈 쿡이 이번 소설을 집필한 의도는 책의 표지 앞에 잘 나타난다.

'신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내는 충격적인 경고' . 상하권 각권 8천원.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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