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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중앙일보 선정 새뚝이 [5] 과학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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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홍병희 성균관대 교수
21세기 꿈의 신소재 ‘그래핀’ 기술 세계 최강자

홍병희(38)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가 21세기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의 응용에 필요한 원천 기술에서 세계 최강자로 떠올랐다. 미국 MIT 등 여러 나라 과학자들이 그래핀을 커다랗게 만드는 방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결국 홍 교수가 연초에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TV 화면으로 치면 60㎝짜리든 20㎝짜리든 면적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그래핀 합성법을 개발해 최정상 영국의 세계 최고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는 투명 플라스틱에 탄소 원자 한 층만 입혀 A4 용지 크기의 투명 그래핀을 완성했다.

그래핀은 지금까지 지상에서 봐 왔던 그 어떤 반도체나 전도체보다 전기가 잘 통하는 특성을 지녔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점 형태로밖에 만들 수 없어서 실제로 응용할 수가 없었다. 홍 교수는 이런 한계를 일거에 돌파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래핀의 응용에 일대 전기를 만든 셈이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하고 초고속 나노 메모리 반도체, 휘어지는 화면, 차세대 투명 전극 등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을 텄다.

그는 포스텍(옛 포항공대)에서 학사부터 박사 학위까지 받은 토종 과학자다. 그는 박사 과정 때 세계에서 가장 얇은 은 나노 선을 개발해 미국의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발표하는 등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발표한 논문은 사이언스에 세 편, 네이처에 한 편을 포함해 총 11편이다. 특허도 3건 갖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그래핀=탄소 원자가 벌집 형태의 평면에 배열된 구조의 물질. 반도체의 핵심 재료인 실리콘보다 100배 빠르고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다.

한홍택 KIST 원장
UCLA 종신 교수직 버리고 국내 과학계 ‘히딩크’로

정부는 9월 재미동포 한홍택(67)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석좌교수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으로 영입했다. 침체에 빠진 이공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히딩크’가 돼 달라는 기대였다. 국가 이공계 연구소의 맏형 격인 KIST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 훈풍이 전체 이공계 연구소로 퍼지게 해 달라는 게 정부의 주문이었다. 과학계에서 외국 국적의 동포를 스카우트한 것은 서남표 KAIST 총장에 이어 두 번째다. 정부는 연봉 36만 달러(약 4억5000만원)로 일반 이공계 연구소장 연봉의 세 배를 약속하고, KIST에 특별 연구비를 배분하는 등 배려하고 있다. 한 원장은 종신제인 UCLA 석좌교수직 사표를 내고 KIST에 온 힘을 쏟기로 함으로써 모국의 기대에 화답했다.

그는 연구비 확보를 위해 국회를 분주히 드나들다 미끄러져 다리 인대를 다치기도 했다. 지금도 깁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밖으로는 휠체어를 탄 채 예산 배정 관련 기관들을 수시로 방문하고, 안으로는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에너지와 환경·재료·로봇 등 6대 중점 과제를 정해 3년 안에 가시적 연구 성과를 낸다는 각오다.

박방주 기자

이형호 전자통신연구원 박사
특허 334개 보유 …‘IT 코리아’ 밑거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이형호(54) 박사가 우리나라 ‘특허 왕’에 올랐다. 특허청이 올해 처음 개인의 특허 실적을 집계한 결과다. 이 박사가 공동 명의든 단독 명의든 보유한 특허는 334건에 달한다.

그는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전자통신연구원에서 26년간 유·무선 교환기와 통신장비 개발에 매진해 왔다. 그러면서 연평균 13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2004년부터 3년간 무려 154건을 등록하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첫 특허는 ‘TDX-10’의 신호 장치 관련 기술로 1987년 12월 출원해 91년 5월 등록됐다.

그가 등록한 특허는 대부분 공동 명의다. 국산 전(全)전자교환기 ‘TDX-10’을 비롯해 디지털 이동통신 시대를 연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교환기 같은 대형 연구개발 과제에는 수백 명의 연구자들이 달라 붙어 일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인터넷 통신망 연결장치, 초고속 광가입자망 등 굵직굵직한 것들이 많다. 미국 퀄컴이 CDMA 기술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막대한 기술료를 받아가지만 사실 이 기술의 상용화는 이 박사와 동료들의 밤샘 연구 끝에 한국에서 이뤄졌다. 이 박사의 특허들은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을 꽃피운 밑거름으로 평가 받는다.

박방주 기자

허대석 보건의료연구원장
존엄사 변론 … 연명치료 중단 기준 만들어

대법원에선 4월 존엄사의 법적 허용 여부를 놓고 팽팽한 법정 공방이 펼쳐졌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인 허대석(54)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존엄한 죽음을 맞도록 인공호흡기를 떼길 바라는 김 할머니 가족의 입장을 지지했다. 대법관들 앞에서 두 시간여 공개 변론을 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숨지는 환자의 80~90%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삽관 등 연명 치료를 받지 않는다. 담당 의사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연명 치료 여부가 결정돼 왔다.”

현행법상 연명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대다수 의사들이 이를 알면서도 쉬쉬해 왔다. 허 교수는 연명 치료 중단의 책임을 의사에게 씌우기보다 병원이 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 기준을 서울대병원 의료윤리위원회에 상정해 지난 7월에 통과시켰다. 이런 영향으로 대한의사협회 등 사회 각계에서 연명 치료 중단 지침을 만들고 국회에서 존엄사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허 교수는 존엄사라는 용어를 폐기하는 대신 무의미한 연명 치료 유보(김수환 추기경의 경우)나 연명 치료 중단(김 할머니의 경우)으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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