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서울 양천서 박경애 경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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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해 겨우 때를 밀어드린 것 뿐인데…, 너무 과분한 칭찬인 것 같아요. "

지난 1일 여자경찰 창설 54주년을 맞아 1계급 특진의 영광을 안은 서울 양천경찰서 정보과 박경애(朴炅愛.37) 경장.

양천구 일대 불우한 할머니들의 목욕을 시켜주며 '봉사하는 경찰상을 정립했다' 는 것이 朴경장의 승진 이유다.

朴경사가 '때밀이' 로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양천경찰서 구내에 '무궁화 목욕탕' 이 만들어져 불우 이웃들에게 개방되면서부터다.

외근 중 자주 찾던 양천구 목동의 여성 노숙자쉼터인 '목동 여성희망의 집' 에서 지내던 할머니들이 머리를 스쳤다.

평소 외롭게 지내던 이들 할머니들에게 밀가루.빵 등을 사들고 방문하던 朴경사는 목욕탕이 생겼음을 알렸고 할머니들은 친딸 같은 朴경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이후 그녀는 매주 휴일마다 수십 명의 노숙자 할머니들과 목욕탕에서 만났다. 할머니들은 하루종일 빨간 때밀이 수건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들의 몸을 대신 씻겨주는 朴경장의 노력에 감동했다.

"며느리도 이렇게 못할 것" 이라며 할머니들의 칭찬이 입소문을 타면서 朴경사는 어느덧 '때밀이 경찰' 이란 애칭을 얻기도 했다.

1986년 성신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순경 특채로 경찰에 발을 디딘 朴경사는 "나이가 드셔서 몸을 잘 씻지 못하던 분들이 목욕을 마치고 상쾌해 하는 모습을 보면 업무로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쉬는 일요일에도 경찰서로 출근하게 돼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면서 "작은 봉사활동을 이해해 주는 남편과 초등학생인 자녀들에게 고맙다" 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글〓김승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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