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 건설상 수뢰혐의 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일본의 부정대출 스캔들인 이토만 사건으로 구속 중인 재일 한국인 허영중(許永中.53)씨가 지난달 30일 수뢰 혐의로 구속된 나카오 에이이치(中尾榮一.70)전 건설상의 뇌물사건에도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번 뇌물사건은 일본 여당의 수뇌부에까지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許씨는 뇌물을 제공한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 건설업체 와카치쿠(若築)의 이시바시 히로시(石橋浩.59)전 회장에게 비자금을 조성해 뇌물로 사용할 것을 권유한데다 나카오 전 건설상에게 직접 소개시켜주는 등 이번 사건의 핵심 배후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나카오 전 건설상은 1996년 5월 許씨의 주선으로 도쿄의 한 고급요정에서 열린 장관취임 파티에서 이시바시 전 회장을 처음 만났다.

또 이 자리에는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작고)전 총리를 비롯, 자민당의 파벌 리더급 2명과 건설성 고위간부들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카오 전 건설상은 그후 이시바시 전 회장과 수차례 따로 만나 건설성 발주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과 수표로 7천만엔(약 7억7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許씨는 당초 와카치쿠의 자회사인 이시바시 산업의 주식 24만주가 오너 일족의 경영내분 과정에서 행방불명되자 이를 되찾아주겠다고 이시바시 측에 접근하면서 자신이 정계 실력자들과 가깝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나카오 전 건설상을 소개시켜줬다는 것이다.

許씨는 또 주식을 되찾아주는 대가로 이시바시측으로부터 1백80억엔(약 1천9백80억원)의 어음을 받아갔으며 이 가운데 10억엔(약 1백10억원)을 '정계공작자금' 으로 쓰라며 이시바시 전 회장에게 현금으로 건네준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지검은 許씨가 조성해준 비자금 가운데 일부가 나카오 전 건설상의 뇌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또 나카오 전 건설상의 취임 축하파티에 동석한 자민당 의원과 건설성 고위간부에게도 이 비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도쿄지검은 2일 와카치쿠 건설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결과 와카치쿠측이 나카오 전 건설상과는 별도로 자민당의 거물급 의원 3명에게 약 2억엔(약 22억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이 돈 역시 許씨가 조성한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고 통신을 전했다.

한편 나카오 전 건설상은 구속 후 혐의를 부인했으나 도쿄지검은 그가 정치자금조로 돈을 먼저 요구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2일 지지(時事)통신이 보도했다.

중의원 9선 관록의 나카오 전 건설상은 지난 6월 25일 실시한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