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기업] 농업벤처 '바이오 메디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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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농민들에게 흙을 파는 기업이 있다. 경북 경주에 있는 농업벤처인 바이오 메디아(구 부농)의 조신형 대표는 "흙이라고 다같은 흙이 아니다" 고 강조했다.

바이오 메디아는 토양환경 전문기업으로 주제품은 상토(床土)다. 상토란 모판에 쓰이는 흙으로 씨앗의 발아를 촉진하고 새싹을 건강하게 길러주는 모토(母土)를 말한다.

그동안 농민들은 상토로 논밭의 흙이나 여기에 퇴비 등을 섞은 것을 주로 써왔다. 그러나 일반 흙은 농약과 비료 사용으로 산성화해 생명을 잉태하는 데 척박한 상태다. 퇴비 등을 섞은 흙도 미생물이 오염돼 있어 생산성이 낮다.

바이오 메디아는 사람이 자랄 때 유아기에 우유와 이유식을 먹듯 식물도 보통 흙이 아닌 영양분이 풍부하고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흙이 필요하다는데 착안해 1978년부터 상토를 연구했다.

여러 차례 실패한 끝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오는 광물인 제오라이트가 가장 적합한 소재라는 것을 발견했다. 물을 잘 머금고 배수가 잘되며, 많은 구멍 속에 양분이 붙어있다가 작물 생육에 따라 지속적으로 적정량을 공급해 균형있는 성장을 돕는다.

조신형 대표는 제오라이트에 유기물을 섞어 상토를 만들었다. 회사라기보다 연구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매출액보다 많은 연구비를 투입했다. 그 결과 1984년 국내 최초로 육묘용 상토의 특허를 딴 데 이어 92년에는 벼농사용 상토 특허를 등록했다.

최근에는 작물별 전용 상토 7종류를 개발했다. 각각 생육환경이 다른 식물의 특성에 따라 처방했다. 고추.호박.참외.토마토.수박.오이.배추 등 7가지를 개발했는데 전용 상토를 쓸 경우 생산량이 늘어나고 품질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집에서도 벼.보리를 재배할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바이오 메디아는 20년 이상 흙을 전문으로 다룬 경험을 살려 북한의 척박한 땅을 옥토로 바꾸는데도 기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생물을 활용한 상토를 대량으로 제조해 무상으로 원조하겠다는 것이다.

처음에 흙을 구입하는데 저항감을 가졌던 농민들도 효과를 본 뒤 이웃에게 권해 매출이 늘고 있다. 97년 처음으로 수익을 냈고 그 뒤 매출이 급신장했다.

조대표는 "흙이 점점 생산성을 잃어가는데도 토양에 대한 국내 연구가 미흡하다" 며 "바이오 메디아를 국내 최고의 '흙' 회사로 키우겠다" 고 말했다.

경주〓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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