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ADB "한국 경제 방향 잘못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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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정부가 경제회생에 필요한 핵심 어젠다(국정과제)를 놓쳤다'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개혁정책의 초점이 재벌 투명성 제고와 분배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맞춰지면서 기업사회가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이 ADB의 진단이다. 이 국제기구는 이런 이유 등으로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4%로 낮추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면 ADB의 진단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온갖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기업인과 소비자는 여전히 불안해하며, 그 결과 투자와 소비는 회복 기미를 안 보인다. 고실업-고물가에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경제 등…, 우울한 소식뿐이다. ADB가 중국.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의 성장률 전망지표는 높이면서 유독 한국에 대해 5월에 이어 전망치를 다시 하향조정한 것이 우리 현실을 한마디로 말해준다.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됐을까. 국력이 엉뚱한 데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기업이 합심해서 제한된 국력을 경제에 집중해도 치열한 국제경제전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그런데 반대로 경제는 뒷전이고, 온 나라가 과거사 청산.수도 이전.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념논쟁에 국론이 분열돼 있다. 은근히 부채질하는 반기업 정서와 부(富)에 대한 반감은 기업인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근면의지를 허물고 있다.

분배도, 개혁도 필요하다. 그러나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함께 먹고살 수 있는 파이를 키워야 할 때지 얼마 안 되는 재원마저 털어먹어 버릴 때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흐트러진 국정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헛된 이념투쟁과 과거 논쟁은 집어치우고 경제살리기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ADB는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개혁의 초점을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에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렇게 가야 할 확실한 길을 버리고 왜 엉뚱한 길에서 헤매며 시간을 낭비하는가. 바른 길을 가라.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